페어퍼드 상설 폭격기 없는 순환배치 거점…전쟁 정점 24대→철수 직전 12대
영국, 군기지 드론 방어 강화 추진
|
▲ 미국은 이란 지원 세력의 공격 모의에 관한 위협 정보가 구체화하자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의 B-1 폭격기 12대를 전량 미국 본토로 긴급 철수시켰다.
▲ 일부 B-1은 지원 공중급유기가 출격 준비를 마치기 전에 기지를 떠났고, 동맹국의 평시 기지에서 이처럼 빠른 전력 이동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영국 경찰은 기지 인근에서 20대 남성 5명과 영국·이란 이중국적자 1명을 체포했다가 전원 보석으로 석방했으며 이란은 관여를 부인했다.
▲ 영국 레이큰히스 기지의 경계가 격상됐고, 이스라엘은 독일 슈팡달렘·람슈타인 미군기지의 위험도 높아졌다고 독일 측에 경고했다.
미국이 이란 지원 공격 위협의 구체성과 긴박성이 최근 24시간 사이 급격히 높아지자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RAF Fairfor
d)에 배치했던 B-1 폭격기 12대를 주말 사이 전량 긴급 철수시킨 것으로 4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일부 B-1은 지원 공중급유기가 출격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기지를 떠날 만큼 철수가 급박하게 진행됐고, 미국은 페어퍼드 철수에도 본토에서 발진하는 폭격기로 해외 표적을 타격할 능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 B-1 12대 전량 미 본토 복귀…일부 급유기 준비 전 이륙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미군 유럽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페어퍼드에 배치됐던 모든 미국 폭격기가 미국 내 원소속 기지로 재배치됐음을 이제 밝힐 수 있다"며 "미국 공군 폭격기는 전 세계 전력 대비태세와 작전 소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전 세계에서 운용된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기지 이탈이 시급하다고 판단돼 일부 기체와 승무원이 비행을 지원할 공중급유기가 출격 준비를 마치기 전에 떠났고, 최소 3대는 이날까지 사우스다코타주 원소속 기지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철수한 12대 가운데 일부는 통상적인 전력 순환 배치의 일환으로 불과 지난주 페어퍼드에 도착했다. 전투 지역에서 수천㎞ 떨어진 동맹국의 평시 공군기지에서 이처럼 신속하게 폭격기 전력을 빼는 일은 드물다고 NYT는 짚었다. 영국 국방부는 미군 자산의 이동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
철수를 촉발한 정보의 성격에 대해 한 미국 관리는 새 정보가 3주 전 제기된 위협 경고와 같은 선상에 있지만 구체적 내용과 긴박감이 최근 24시간 사이 급격히 높아져 지휘관들을 긴장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군 지휘관들은 9월 미국과 다른 서방 정보기관들로부터 페어퍼드가 이란 지원 공격의 표적이라는 경고를 받았고, 모의의 윤곽은 감청된 통신과 정보원 등 여러 경로의 정보를 종합해 재구성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도 이란이 후원한 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영국 측에 알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구체적 표적까지는 전달하지 않았다. 서방 정보기관들의 기밀 평가에는 후속 공격에 드론이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도 담겼다.
|
이번 철수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새벽 페어퍼드 기지 인근의 보안 경보였다. 영국 경찰은 수상한 흰색 승합차 3대와 복면을 쓴 남성들에 관한 신고를 받고 글로스터셔의 기지 인근에서 20대 영국 남성 5명을 폭발물법 위반과 테러 행위 준비 혐의로 체포했다.
신고는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체포 직전 직접 건 긴급 전화와 인근 농장주의 별도 전화로 이뤄진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고, 처리 과정에서 주민 85가구의 긴급 대피와 폭발물 처리 로봇의 차량 수색이 이어졌다. 경찰은 수색에서 급조폭발물(IED)은 나오지 않았고 일정량의 휘발유가 발견됐다고 밝혔으며 5명을 다음 날 보석으로 석방한 뒤에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영국 대테러 경찰은 이달 1일 25세 영국·이란 이중국적 남성을 테러 행위 준비 혐의로 추가 체포했다가 3일 보석으로 풀어줬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국가안보 관련 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지난주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관여했다는 강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체포된 남성들이 기지에 심각한 피해를 주려 했다고 밝히고 영국의 보석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나라면 그들을 석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란의 역할을 시사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조직이 영국 국적자들을 모집해 인근 지역에서 주의를 돌리는 행위를 포함한 다단계 공격을 준비했으며 폭격기를 공격하고 기지 인력을 살해하려 했다고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일부 영국 관리는 계획의 정교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연루를 부인했고, 주영국 이란 대사관은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성명에서 관련성을 공식 부인했다.
|
페어퍼드에는 영구 배속된 폭격기가 없고 미 공군은 폭격기와 항공 작전을 지원할 인력을 상주시켜 왔다. 긴 활주로를 갖춘 이 기지는 미국이 B-1·B-52의 이란 공습을 발진시키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됐으며 미국 본토에서 출격할 때보다 비행 거리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유럽 내 미 폭격기 작전의 중심 기지로 꼽혔다. 전쟁이 정점에 달했을 때 이 기지에는 B-1·B-52 24대가량이 배치됐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B-52가 떠나고 일부 B-1도 미국으로 돌아가 12대가 남아 있었다.
미국 관리는 이번 조치가 해외 표적 타격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B-1·B-2·B-52를 포함한 미국 폭격기 전력을 운용하는 공군 장병들은 미 본토에서 발진해 복귀하는 작전을 포함해 언제 어디서든 정밀 전 세계 타격 능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당초 이 기지에서 이란 공격을 발진시키는 데 반대했다가 걸프 지역의 걸프 지역의 영국 동맹국과 영국의 이익에 대한 이란의 공격 이후 '방어' 임무를 조건으로 입장을 바꿨고, 키어 스타머 당시 영국 총리는 3월 차고스 제도의 미·영 공동기지 디에고 가르시아를 포함한 영국 군사기지의 '구체적이고 제한된' 방어 목적 사용을 승인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 결정을 비난했다.
◇ 영국·독일 미군기지 경계 강화…드론 공격 대비 확대
이란과 연계된 위협은 페어퍼드에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은 영국 동부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 F-35·F-15E 전투기를 배치하고 있으며 이 기지의 경계 수위가 높아졌고, 인근 밀든홀 기지에는 공중급유기를 운용해 왔다. 한 미국 고위 관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독일 주둔 미군기지, 특히 슈팡달렘과 람슈타인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독일 측에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7월 성명에서 미국의 기지 사용 허용이 "런던에 책임을 지운다"고 밝히고 "이란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어떤 기지도 우리 군의 정당한 표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 국방 관리들은 이번 공격 미수 이후 군 기지 방호, 특히 드론 공격 대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2월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뒤 유럽과 북미에서는 유대인·미국 관련 시설을 겨냥한 소규모 방화·폭발 공격이 20건가량 발생했다. 이 공격들은 텔레그램 대화방 등 익명 온라인 경로로 고용돼 암호화폐로 대가를 받은 지역 범죄자나 소외된 청년들이 수행했고, 혁명수비대의 위장 조직이 책임을 주장했다고 당국과 분석가들은 설명했다.
5월 튀르키예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인도된 카타이브 헤즈볼라 고위 인물 모하마드 바케르 알사디는 위장 조직 '하라카트 아샤브 알야민 알이슬라미야' 설립에 관여했고, 잠복 연방요원에게 암호화폐 3000달러(404만1000원)를 송금하고 7000달러(942만9000원)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대테러 경찰은 지난 2일 맨체스터 지역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 모의 혐의로 이란 남성 2명을 기소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대테러 전문가이자 보안 컨설턴트인 애드리언 슈투니는 기존 공격이 상징적 연성 표적에 그친 것과 달리 미군 공습에 사용된 영국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은 "야심의 도약이자 대리전 캠페인의 진화"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슈투니는 "범죄자와 10대, 중간 연락책(cutout)은 더 싸고 대체 가능하며, 이들과 혁명수비대 공작 담당자 사이에는 중간책들의 사슬이 놓여 있다"며 방화가 실패해도 외교관 추방이나 전쟁 명분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의 정보·컨설팅 회사 수판센터(Soufan Center)의 콜린 클라크 사무총장은 "전장을 확장하는 또 하나의 층위이며 대리 세력을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