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540억달러 투자" 발표…한·미 공동 설명자료엔 금액 없어
알래스카 LNG 개발, 최근 미 LNG 사업의 2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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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스 미국 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사업이 실현될 것으로 보면서도 한국과 협의해야 할 세부 사항이 남아 있다며 한국의 투자 미확정 입장을 인정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2000억달러 대미 투자 가운데 알래스카 LNG에 540억달러가 투입된다고 발표했으나 한국 정부는 투자 여부와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한·미 공동 설명자료에는 투자 금액이 적시되지 않고, 상업적 요건을 전제로 사업 작업에 착수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 개발사 글렌파른은 총사업비를 445억~545억달러로 추산하면서 최종투자결정을 뒷받침하려면 기존 1300만t 외에 300만t의 추가 약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이 실현될 것으로 보면서도 한국과 협의해야 할 세부 사항이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540억달러(72조4950억원) 투자를 확정된 사실처럼 발표한 것과 달리, 밴스 부통령은 한국 측이 세부 사항이 남아 있다는 점을 언급해왔다며 추가 협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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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부통령은 이날 알래스카 방문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 전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알래스카 사업이 한국의 투자 확정 부인에도 추진되는 것이냐'는 취지의 기자들 질문에 "나는 이것이 실현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분명히 아직 몇몇 세부 사항을 협의해야 하고, 한국도 그 점을 언급해 왔다"고 답했다.
밴스 부통령은 사업 추진 자체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밴스 부통령은 "이런 것에 대한 수요가 있고, 미국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정말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일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 사업의 성공을 미국뿐 아니라 한국·일본·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바라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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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규모를 확정적으로 제시해 온 태도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의 행정부가 대한민국과 확보한 합의 덕분에 그들은 최대 2000억달러(268조5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대형 원전 8기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텍사스의 6기가와트(GW)급 발전 설비를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몫으로 540억달러가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미국 역사상 최대 에너지 사업 가운데 하나이자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거대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한국이 지난해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제시한 3500억달러(469조8750억원) 규모 투자 패키지에서 나온 첫 주요 사업군에 해당한다. 패키지는 조선 1500억달러(201조3750억원)와 전략 투자 2000억달러로 구성되며 한국은 이와 별도로 1000억달러(134조2500억원) 규모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한국은 이 투자 약속의 대가로 대부분 품목에 대한 미국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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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이 사업을 미국 측과 향후 협의 과제로 남겼을 뿐 투자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과 법적 절차 준수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투자 여부나 투자 규모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수치를 제시하거나 확정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합의된 내용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김 장관은 백악관 발표가 합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 유감을 표명했고, 러트닉 장관이 한국 측 우려에 이해를 표했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한·미 공동 설명자료(fact sheet)에는 투자 규모가 적시되지 않았고, 일정한 상업적 요건을 전제로 양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작업에 착수한다'는 내용만 담겼다고 WSJ는 짚었다. 한국 산업부도 양국이 이 사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텍사스 가스발전 사업에 223억달러(29조9378억원), 원전 8기 건설에 1200억달러(161조1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은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LNG 사업과 원전 모두 사업성이 확인돼야 추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그들(한국)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하느냐?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라고 말하며 다시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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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경제성을 둘러싼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개발사 글렌파른그룹(Glenfarne Group)은 알래스카 LNG 총사업비를 445억~545억달러(59조7413억~73조1663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연간 100만t(mtpa) 생산능력당 22억~27억달러(2조9535억~3조6248억원)로, 지금까지 제안된 미국 LNG 수출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승인된 미국 LNG 사업들은 일반적으로 mtpa당 약 10억달러(1조3425억원) 이하에 건설돼 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알래스카 LNG는 노스슬로프(North Slope)에서 남부 니키스키(Nikiski)까지 807마일(약 1300km)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하루 39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수송하고, 연간 최대 2000만t의 LNG를 생산하는 구조라고 백악관이 설명했다. 걸프코스트 수출 터미널이 텍사스·루이지애나·애팔래치아의 셰일가스 공급망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알래스카 사업은 장거리 파이프라인과 노스슬로프 가스 처리시설을 별도로 건설해야 한다. 파이프라인 건설비만 132억~169억달러(17조7210억~22조6883억원)로 추산됐다.
◇ 알래스카 LNG, 최종투자결정까지 연 300만t 추가 약정 필요
비용 부담과 함께 최종투자결정(FID)에 필요한 물량 확보도 변수로 남아 있다. 글렌파른은 연간 1300만t 규모의 약정을 확보했으나, FID를 뒷받침하고 기존 약정을 구속력 있게 만들기 위해 연 300만t이 추가로 필요하다. 글렌파른은 "미국·한국 정부와 협력해 투자 구조를 확정하고 FID 도달에 필요한 남은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양대 LNG 수입업체인 JERA와 도쿄(東京)가스는 사업이 건설될 경우 연간 합계 200만t을 구매하는 예비 합의에 서명했다. 이 사업은 2014년 처음 등장한 뒤 엑손모빌·BP·중국 투자자 등을 끌어들이려던 계획이 잇따라 무산됐고, 한국과 일본도 수년 전 미국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밴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알래스카 지원 유세를 떠나기 직전에 나왔다. 밴스 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상원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알래스카를 방문했다. 설리번 의원은 민주당 후보인 메리 펠톨라 하원의원의 추격으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설리번 의원은 지난달 30일 백악관 발표 현장에 참석해 "이것은 알래스카에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슨 피어 포텐앤드파트너스(Poten & Partners) 비즈니스인텔리전스 책임자는 로이터에 "문제는 아시아 구매자들이 공급 안정성의 대가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렉스 먼턴 래피던에너지그룹(Rapidan Energy Group) 글로벌 가스·LNG 리서치 디렉터는 이 사업이 "투자를 위한 상업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