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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 접근권 개선은 손 놓고 소송 구경만 하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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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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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근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남산 곤돌라 사업이 다시 법적 갈림길에 섰다. 지난 9월 17일, 서울고법은 남산 곤돌라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는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는 동시에,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곤돌라 사업 추진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궤도·방재시설의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1년 넘도록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입법예고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입법예고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입장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 문제는 서울시와 국토부 사이의 일반적인 행정절차나 법령 개정의 문제가 아니다. 소송과 법령 개정 지연으로 사업이 멈춰 있는 동안 남산 정상부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민들의 현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특히 장애인과 고령자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서울 중심에 자리한 남산은 연평균 1200만 명이 넘는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대표 명소다. 하지만 기존 케이블카만으로는 이용객을 충분히 수용하기 역부족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케이블카에 탑승하기 위해 1~2시간씩 대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은 남산에 오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명동역에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긴 오르막길을 이동해야 하고, 순환버스를 이용하더라도 남산 정상부 버스정류장에서 정상까지 약 350m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추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350m는 산책 삼아 걸을 수 있을 만한 짧은 거리일 수 있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해 보행에 제약이 있는 사람, 고령자에게는 상당한 장벽이 될 수 있다. 공공시설의 접근성은 단순히 '갈 수 있느냐'가 아닌, 특정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큰 부담을 요구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남산 곤돌라는 공공재인 남산의 접근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남산 곤돌라는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부를 직접 연결하고,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객도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동 경로마다 경사와 계단 하나하나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남산 정상부까지 한 번에 닿는 이동 수단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서울시는 사업 중단 이후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국토부와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입법예고 이후 1년이 넘도록 후속 절차는 멈춰 있는 상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단순히 남산 곤돌라 사업 하나를 위한 개정이 아닌, 공원 내 시설 설치기준을 정비하고 명확히 하기 위한 법령 개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법령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환경 영향을 검토하고, 입법예고를 통해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입법예고까지 마친 개정안에 대해 어떤 의견이 제기됐고 어떻게 검토했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다시 입법예고부터 진행해야 한다면 행정의 효율성과 책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소송의 결과는 법원이 정할 문제지만, 시행령 개정은 국토부가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는 일이다.

남산은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걷기 어려운 사람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모두의 공간이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에 미온적인 것은 '국토부가 여전히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모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남산이 모두의 공간이라면, 그곳에 오르는 길 또한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이제 국토부가 시민의 이동권을 지키는 책임 있는 행정으로 응답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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