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시오스 "우크라, 중단 요구 6차례 무시"…우크라는 맞교환 제안
1년 전 타격 독려·지난달 제재 강화법 서명…대러 정책 급선회
|
▲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480만t 공급에 합의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미국·우크라이나 갈등이 격화했다.
▲ 미국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 요구를 약 6차례 무시해 경유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공격 중단을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발전시설 공격 중단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 마이애미 종전 협상은 경유 합의 발표로 차질을 빚었고, 정보 공유 중단 경고 여부를 놓고 양측 설명도 엇갈렸다.
▲ EU는 12일 대러 제재 1646건을 공식 채택할 예정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종전 협상의 즉각적인 재개를 약속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산 경유 제재 완화를 비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갈등이 격화했다. 미국이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압박하고 정보 공유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상응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종전 협상에 차질이 빚어졌고, 유럽연합(EU)은 대러 제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 트럼프 "우크라 새 대통령 필요"…러 경유 480만t 거래에 제재 완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는 여러 차례 전쟁을 끝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가지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세계 연료 부족을 악화시키고 미국 농부와 목장주에게 피해를 준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엑스(X)에 "젤렌스키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결정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유 총 480만t 공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즉시 30만t 이상을 공급하고, 11월 50만t, 그 직후 100만t, 이어 단기간 내 300만t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산 경유 판매 제재를 한시 완화했고, 러시아도 수출 금지를 부분 해제했다. 미국 정부 관리는 이번 거래가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러시아의 종전 협상 양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설명했다.
|
미국 정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약 6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푸틴 대통령과 경유 거래를 체결했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그는 "젤렌스키가 지난 6개월간 트럼프와 쌓은 선의를 깎아먹고 있다"며 "정유소 공격은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에도 고통을 준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은 9일 마이애미 협상에서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의 정보 공유가 끊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참가자는 이를 "대통령의 단호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는 악시오스에 정보 공유 중단 위협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미국이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는 동반자인 만큼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삼가라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년 전 러시아 경제를 약화시키고 푸틴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강화를 독려했다고 FT가 당시 통화 내용을 보고받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러시아 석유·가스 수입을 겨냥한 제재 강화법에 서명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
양측의 핵심 쟁점은 공격 중단의 조건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발전시설 공격을 중단하면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을 멈추겠다고 제안했다. 미국 정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력망 공격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동등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미국 내 연료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일방적인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고 이 관리가 악시오스에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에 상응하는 요구 없이 자국에만 공격 중단을 압박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번 조치로 양국 간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FT에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군이 로스토프나도누의 유그 루시 석유 터미널을 공격했다고 러시아 당국이 주장했다.
|
미국과 우크라이나·유럽 협상단은 9일 마이애미에서 약 8시간 동안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측은 전후 안전보장과 영토 문제, 우크라이나 재건·군 재건, EU 가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 등을 협의했다. 미국 당국자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경유 거래를 발표하면서 회담에 차질이 생겼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다음 날 예정된 후속 회담을 진행하지 않고 귀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유 합의가 "공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다"며 "푸틴에게 주는 생일 선물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미·러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알래스카 2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수출로 추가로 벌어들이는 10억달러(1조3438억원)마다 무기 부품 조달과 드론 개량, 미사일 생산, 용병 모집에 사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미국인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종전 중재 필요성은 인정했다.
◇ EU "러시아 전쟁자금 늘려"…1646건 추가 제재·미 공화당도 비판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산 경유 제재 중단은 러시아 정권에 전쟁 수행을 위한 수입을 더 제공한다"며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12일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탄도미사일 생산망 등을 겨냥한 신규 제재 지정 1646건을 공식 채택할 예정이다. 북한 관련 단체·개인 7곳은 별도 제재 대상으로 추가됐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대러 제재 강화를 약속했다. 독일 정부도 기존 제재 유지와 추가 제재 협력 방침을 밝혔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이번 결정을 '배신'이라고 비판했고,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은 제재를 해제할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공격도 계속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0일 자포리자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2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활공폭탄 5발을 주거지역에 투하해 "경유 제재 해제에 감사를 표시했다"고 비판했다.
◇ 푸틴, 미 종전 제안에 '이해'…협상 재개 확답 없이 경유 수출 합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미국 측 일부 제안에 이해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도시 공격을 이유로 종전 협상의 즉각적인 재개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리는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 선임고문이 다음 주 러시아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두 사람이 2주 내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유 거래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러시아 내 연료 부족과 정유시설 피해를 거론하며 경유 수출에 필요한 잉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분석가들은 공급량이 러시아의 평상시 수출량에 크게 못 미쳐 연료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