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원료 약가 우대에도 계열사 직접생산 인정 한계
해외 생산시설 지원 확대…국내도 공급망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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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알보텍과 항체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DS) 생산 계약 소식을 알리며 공격적인 수주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9월 유럽의 제약사와 2억6218만2000달러(약 3508억원)의 신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고부가가치 화학합성 원료의약품(API) 분야에서도 수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은 RNA 치료제 원료인 올리고핵산 분야에서 수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유한양행도 자회사 유한화학에 4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한화학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반면 첨단 원료의약품 수출이라는 성과 이면에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국민 보건으로 이어지는 저수익 전통 필수 원료의약품 생태계는 소외되며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서다. 항생제와 해열진통제 등 일상 진료에 널리 사용되는 의약품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들여온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한때 10%대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30%대로 회복했다. 그러나 전체 자급률 개선과 달리 보건안보에 직결되는 일부 필수 원료의 해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항생제 원료의 75%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페니실린계 원료의 국내 자급률은 0% 수준으로 집계됐다.
저렴한 인건비와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비용을 앞세운 중국과 인도에 시장을 내준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3개국은 중국 36.3%, 인도 14.2%, 일본 9.0%로, 중국과 인도 두 나라가 전체 수입액의 50.5%를 차지했다. 일본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59.5%에 달한다.
채산성 부족으로 나타난 이런 현상은 보건안보 위협으로 직결된다. 국내에 완제의약품 생산 설비가 구축돼 있어도 기초 원료 수급이 끊기면 공장 가동은 멈출 수밖에 없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과 치료제뿐 아니라 감기약과 해열제 수급난을 겪으며 원료의약품의 중요성을 체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분쟁 격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을 개정해 국산 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 등에 대한 약가 우대 기준을 마련했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면 약가를 기준가격의 68% 수준으로 산정하고, 우대 기간도 요건에 따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의약품 원료 개발과 제조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연구·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통상 제약사들은 생산 효율성을 위해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생산 법인을 각각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한다. 하지만 원료의약품 직접생산에 대한 약가 우대는 해당 제약사의 자사 제조소 생산을 원칙으로 해, 별도 법인인 자회사나 계열사가 생산한 원료는 직접생산 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국산 원료 사용에 대한 우대와는 별개의 요건이지만, 원료 생산을 분리한 기업에는 제도적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필수 원료의약품 자급화 문제를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에 기댄 약가 우대로만 풀려는 현행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 산도스 항생제 공장에 5000만유로(약 74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일본도 관련 제조시설에 예산을 투입해 보건안보를 챙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약가 우대뿐 아니라 생산시설 유지와 신규 투자에 대한 직접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수 원료의약품은 완제 생산을 뒷받침하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반도체처럼 국가 보건안보를 지탱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핵심 전략 자산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 약가 보전을 넘어 국내 생산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과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 제약사들의 원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환율 시기에는 한시적인 약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등 세부적인 지원책들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