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비율 단계적 상향에 중소사 자금 압박
사업성 좋아도 돈줄 막혀…대형사 중심 시장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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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주거용 PF 사업장에 적용하는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 시기를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반면 오피스와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 사업장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규제를 적용한다.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전체 사업비에서 시행사가 투입하는 자기자본 비중을 기준으로 금융회사 대출 취급과 건전성 평가 등을 차등화하는 제도다. 비주거 사업장은 내년 5%를 시작으로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매년 5%포인트씩 높여 2030년 20%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시행사 자본 투입을 늘려 PF 부실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특성과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기준이 오히려 개발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조달 부담이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면 시행사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거나 외부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투자 수요가 위축된 데다 높은 금융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자본을 확충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성이 충분하더라도 초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금융기관에서 PF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자체 자금이 부족한 중소 디벨로퍼는 신규 사업을 미루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는 입지와 개발 구상, 예상 수익성 등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시행사가 얼마나 많은 자기자본을 확보했는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우량 사업장까지 개발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실 PF를 걸러내고 사업 안정성을 높이려는 정부 규제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자기자본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까지 금융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면 시장 전반의 개발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금조달 문턱이 높아지면 비주거 개발시장 양극화도 심화할 전망이다.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대형 기업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외부 투자와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는 중소 시행사는 사업 참여부터 제약을 받을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금 동원력과 공실 관리 역량 등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비주거 개발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 디벨로퍼가 모두 부실한 것은 아닌 만큼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는 비주거 개발사업을 수주하는 건설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행사가 자기자본을 확보하지 못해 PF 대출이 지연되면 착공 일정이 늦어지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수록 건설사 역시 신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기관이 PF 대출 심사 과정에서 시공사 신용도와 재무 건전성을 중시하면서 건설사 간 수주 양극화도 심해질 수 있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금융 조건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사업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자본력이 풍부한 시행사와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에 비주거 개발사업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주거 사업을 수주하려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신용도에 따라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대출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비용을 감수해야 해 사업 참여 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비주거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 풀 역시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기자본비율만으로 사업장 위험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주거 개발사업은 입지와 규모뿐 아니라 분양·임대 수요, 준공 후 매각 가능성 등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달라진다.
자기자본비율이 낮더라도 우수한 입지와 안정적인 임차 수요를 확보한 사업장은 부실 위험이 작을 수 있다. 반대로 자기자본을 충분히 투입했더라도 공실이 장기화하거나 매각이 지연되면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사업 유형과 개별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 규제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피스와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은 수익 창출 구조와 위험 요인이 서로 다른 만큼 동일한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입지와 임대 수요, 공적보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하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주거 개발사업은 오피스와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유형에 따라 사업 구조와 위험 요인이 크게 다르다"며 "준공 후 임차·매각 확약 여부나 입지 등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자기자본비율만으로 실제 위험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 유형별 특성과 자금 조달 여건을 고려해 자기자본비율과 위험가중치 기준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