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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수장고 연 아르코미술관...韓 현대미술 50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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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10. 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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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까지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김구림·성능경 등 60명 작품 70점 전시
미공개작 첫 공개...소장품 수집 중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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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1970년대 섹션) 전경. /아르코미술관
신문을 오려내 언론 검열에 저항하고 사진 위에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를 겹쳐 동양 철학을 탐구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과 변화가 아르코미술관 소장품 속에서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이 12월 6일까지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개최한다. 미술관 소장 작품 423점 가운데 1970년대 실험미술부터 2000년대 영상·설치까지 70점의 작품을 통해 반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궤적을 돌아보고 동시에 미술관의 역할을 조명한다. 아르코미술관이 소장품전을 여는 것은 1974년 미술회관으로 개관한 이후 2008년에 이어 두 번째이자 18년만이다. 전시에는 김구림·권영우· 성능경· 신학철· 윤석남· 이건용· 이신자· 임동식· 임민욱· 정정엽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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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1980년대 섹션) 전경. /아르코미술관
아르코미술관은 초기 저렴한 대관료로 실험적인 청년 작가와 미술 단체를 지원했다. 이번 전시에선 당시 작가들의 예술적 실험이 어떤 작품으로 남았는지 소장품과 전시 기록을 통해 되짚을 수 있다

전시는 작품 제작 시기를 기준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소개된다.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지난 50년간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1970년대에는 단색화와 실험미술, 반추상 회화, 구상조각이 공존했던 한국 미술은 1980년대 민중미술, 추상회화, 조각, 한국화 등으로 다변화했다. 1990년대 장르의 경계가 확장됐고 2000년대 설치·영상 작품을 통해 매체와 주제가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성능경의 '신문: 1974년 6월 1일 이후'다. 성능경은 신문에서 특정 기사를 오려내고 잘라낸 신문과 그 흔적을 함께 제시해 당시 유신 정권의 언론 검열을 비판하는 동시에 신문이 정보를 선택하고 편집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졌다. 당시 퍼포먼스 영상도 전시된다.

박생광의 '이조', 김구림의 미발표작 '음양 99-S, 207' 등 그동안 전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작품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이조'는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던 박생광의 작업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도상과 강렬한 색채를 활용한 채색화다. '음양 99-S, 207'는 흐린 하늘과 물가를 담은 사진 이미지 위에 노란색과 붉은색 원형 요소를 배치해 음양이라는 동양 철학의 개념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이를 포함해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2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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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1990년대 섹션) 전경. /아르코미술관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미술관의 수집 역사가 오롯이 드러난다. 아르코미술관의 자체 기획전이 확대되고 전시와 연계한 작품 수집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2000년대 이후 수집은 위축됐다. 아르코미술관 측에 따르면 전체 소장품 423점 가운데 약 65%에 해당하는 275점이 개관 이후 1980년대까지 수집됐다. 특히 대한민국미술대전을 주최·후원하던 1982년부터 2006년까지 수상작들이 기증을 통해 대거 소장품에 편입됐는데 이 작품이 전체 소장품의 약 25%를 차지한다.

반면 아르코미술관은 2010년대 초 이후 신규 소장품 수집을 사실상 중단했다. 작품 구입 예산도 현재 편성돼 있지 않다. 미술관의 소장품에선 미술계의 최신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오늘날의 미술'을 기록하는 일이 과제로 남은 셈이다.이번 전시는 이처럼 미술관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소장품과 전시 역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적 서사를 입체적으로 되짚어보는 뜻깊은 자리"라며 "아르코미술관은 미술사적 성취를 대중과 공유하고 새로운 시각예술 담론을 생산하며 미래 예술의 영역을 개척하는 역동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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