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칼럼] 북핵 징비록이 필요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2601000881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10. 26. 18: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전 고려대 교수)
북한은 핵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우리가 아무리 평화를 외쳐도 '평화와 번영'은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다.

2022년 9월 북한은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해 핵무기 사용 조건을 법제화했다. 이 법은 2013년의 '자위적 핵 보유법'을 핵무력 질적 고도화와 양적 증가를 반영해 새롭게 내놓은 김정은판 핵 교리(nuclear doctrine)다. 2013년의 핵 교리가 억제(deterrence)에 방점을 두었다면 2022년의 핵 교리는 사용(usage)에 방점을 두었다.

이처럼 북한의 핵 교리는 10년 만에 악성 진화했다. 그리고 '핵무력 정책법' 전문에 핵의 용도가 영토완정(領土完整)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영토완정이란 "일국의 영토를 단일 주권으로 완전하게 통일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김일성의 국토완정에서 차용했다. 그래서 둘은 닮은 꼴이다. 김일성은 1949년 처음 국토완정을 언급한 이듬해 6·25 남침전쟁을 일으켰다. 김정은이 '핵무력 정책법'에서 천명한 것처럼 핵무력이 영토완정의 핵심 수단으로 작동할 것이다. 바로 북한의 최종목표는 '핵을 앞세워 한국을 적화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며, 북핵은 '통일 대전'의 핵심 수단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 소문을 잠재운 건 1992년 4월 김일성 80주년 생일 때 서방 외신과의 인터뷰다. 인터뷰에서 김일성은 '핵을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선동의 주문(呪文)을 토해냈다. 이 주문은 우리 사회의 '똑똑한 바보(wise foolish)'들에 의해 북핵의 진실을 잠시 은폐·호도하는 구호가 됐다. 이들은 김일성의 구호를 진실인 것처럼 퍼 나르면서 북한 핵 질주에 눈을 감게 했고, 북한의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기 때문에 북한은 결코 핵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라는 전도사 역할도 했다. 또한 이들은 한술 더 떠서 북한의 핵개발이 통일 이후 우리 것이 되니 더 좋은 것이라면서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선전의 선봉대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똑똑한 바보들은 북한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 옹호에 나섰다. 바로 '북핵은 미국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자위용이며, 한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통일이 되면 한국이 핵 보유 국가가 되는 것이니 좋은 것이다', '설마 북한이 같은 민족인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는가' 등이다. 특히 이들은 진실 은폐·왜곡의 수단으로 신문과 방송, SNS 등을 활용해 북한의 나팔수와 한국의 대응조치에는 훼방꾼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북핵을 "핵무기로 실전을 치르겠나, 최후의 방어 무기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인정하고 북핵이 우리 안보의 핵심적 위협을 외면하고 북핵을 옹호하는 것 같은 오해를 줬다. 또한 북핵이 영토완정의 유용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점을 무시했다. 따라서 대통령의 언어는 대내외적으로 국가정체성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진중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 4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북핵의 악성 질주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질주의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북핵의 실체를 외면하고 옹호하는 우리의 언어와 행태도 질주의 큰 요인이다. 북핵 위협 앞에서도 좌우 정쟁의 대립만 있었다. 즉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응 정책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이런 지경이니 북핵 문제에 대한 어떤 징비(懲毖)의 기록을 갖는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징비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후일에 환난이 없도록 조심한다'는 의미다. 결국 징비는 잘못을 징계하지 않으면 환난(患難)이 반드시 온다는 경구(驚句)다. 이 경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이제라도 북핵 질주가 계속되는 원인을 기록하고 대응 방책을 마련해 통일한국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제대로 된 북핵 징비록이 절실한 시점이다.

징비록에는 북한은 3대에 걸쳐 핵 개발에 집착한 저의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 개발을 북한 입장에서 옹호·두둔한 똑똑한 바보는 누구이며, 어떤 혼선을 초래했는가, 북핵 협상 과정에서 협상 전략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등이 담겨야 한다. 특히 북핵 징비록에는 우리의 잘못을 남김없이 꼭 담아야 한다. 그래야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자수자강(自修自强)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자수자강의 핵심은 자강과 동맹이다. 물론 자강이 동맹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자강만 가지고 북핵 위협을 절대로 막아낼 도리가 없다. 핵무기가 절대무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100여 발 이상 절대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북핵 위협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은 필수다. 특히 (암묵적) 북·중·러의 핵 동맹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한미동맹은 국가 존망의 절대적 요소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려는 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그런데도 어떤 똑똑한 바보는 한미동맹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고 폄훼했다.

우리는 북핵 위협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자수자강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선 우리가 가진 절대무기인 북한 정보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핵' 때문에 '배고픔'을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핵물질 확보 방안과 한미일(韓美日) 핵동맹 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똑똑한 바보들의 행태를 낱낱이 기록해 통일 전 좌우 갈등 예방과 통일 후 국가정체성 확립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전 고려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