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기도, 한국불교 전통처럼 자리잡아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 등 수도권 명당 '북적' 장기간 기도...불교 인연법 교리 배경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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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조계사에서 지난 7월 31일 열린 111일 화엄성중기도 입재식. 수능 당일날 기도회를 여는 교회와 달리 불교는 수능 당일 전부터 100일 기도 형식으로 기도법회를 봉행한다./출처=조계사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앞둔 전국 사찰은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기도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수능 날 풍경으로 어느덧 자리 잡은 사찰 기도는 한국불교의 전통이 됐다. 사찰 기도의 특징은 수능 당일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교회의 기도회와 달리 100일 기도 형식으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이는 학부모와 자녀의 마음은 통한다는 인연법 교리와 수능조차 '수행'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불교적 세계관이 바탕에 깔렸다.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7학년도 수능 시험은 오는 18일 예비 소집에 이어 19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총 131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19일에는 시험 시작과 동시에 전국 사찰 기도도 진행된다. 조계사와 강남 봉은사, 삼각산 도선사, 성북구 길상사, 은평구 진관사, 인천 강화도 보문사, 남양주 불암사 등 수능 기도 명당들은 이때 기도하는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수능 당일 기도에 앞서 보통 100일 전부터 매일마다 기도가 진행된다. 서울 조계사의 경우 '111일 화엄성중기도'를 지난 7월31일 입재식을 시작으로 수능 전날인 오는 18일 회향 때까지 매일 오후 2시에 진행한다. 정기 기도 시간을 챙기는 것은 물론 추가로 사찰 내 기도 명당에 불공을 드리는 정성을 보이는 학부모들도 있다. 북두칠성의 기운으로 관(官)운에 좋다는 봉은사 '북극보전'과 한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는 진관사 '나한전' 같은 곳은 초와 쌀 등 공양물을 올리려는 학부모들로 100일간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러한 전통은 불교적 교리를 바탕에 두고 있다. 시험을 치르는 주체는 자녀(因)이지만, 부모의 청정한 기도는 자녀가 가진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주변 조건(緣)이 된다. 이러한 '인연'으로 부모가 기도로 불안을 다스리면 그 평온한 기운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또한 '법화경 관세보살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일념(一念)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그 소리를 듣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가르친다. 이처럼 부모가 지극한 마음으로 불보살을 부르면, 보이지 않는 청정한 기운이 자녀의 정신을 맑게 깨운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수능을 자녀 개인이 치르는 시험이 아닌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수행'으로 보고 닦는 기회로 삼는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수능 기도를 오랜 기간 집전했던 한 스님은 결국 기도는 '정성'이고 부모 자식 간의 '마음'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경험상 학부모와 학생 모두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있어야 후회가 남지 않는 것 같다"며 "학부모가 지극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본 자녀는 부모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 등수는 정해져 있지만, 가족 관계는 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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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봉은사 진여문에 걸린 2027학년도 수능기도 현수막./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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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8일 열린 수능시험 촛불기원법회. 봉은사는 매년 수능 시험 전 주 토요일에 수험생을 위한 촛불기원법회를 봉행하고 있다./제공=봉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