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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원가 부담 속에 설비를 줄이고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업들도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구조재편이 본격화됐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멉니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습니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연간 생산능력 약 600만톤 규모의 신규 에틸렌 설비가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서 설비를 줄이더라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공급 확대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체감경기 역시 냉랭합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한 11월 석유정제 및 화학 업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0.0으로 제조업 전체(92.1)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기준선인 100에 못 미치는 만큼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지난 4월 석유화학 특별법이 시행됐고, 대산에 이어 여수 사업재편도 승인됐습니다. 금융·세제 지원의 기반도 마련됐습니다. 오랜 논의가 실제 사업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갖춰진 것입니다.
하지만 승인이 곧 경쟁력 회복은 아닙니다. 설비를 통합하고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무엇보다 남겨진 생산기반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합니다. 범용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죠.
사업구조 전환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지난 9월 국회미래연구원은 기존 자본과 인력, 산업 인프라를 고부가 소재 생산으로 연결하고 연구개발 지원을 실증·인증·양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반도체·배터리 등 국내 수요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이미 마련한 금융·세제 지원과 사업재편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기업들도 합의한 자구노력을 이행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자본과 인력을 재배치해야 하겠죠.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협력업체의 사업 전환을 돕는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은 국내 석화산업의 변화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어렵게 마련한 구조재편이 공장 문을 닫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실행의 속도를 높이고, 경쟁력 회복이라는 성과로 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