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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렇게 착한 크루즈 여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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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승인 : 2011. 05. 19. 06:01

동해시~일본 돗토리현 DBS크루즈 3박4일
일본 돗토리현 여행의 백미는 '모래 언덕' 사구다. 동서 16 km, 남북 2km, 해발 90m를 맨발로 걷는 기분은 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다.
[아시아투데이=양승진 기자] ‘크루즈 여행’ 하면 ‘럭셔리 여행’의 대명사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참 착한 여행’이다.

그것도 강원도 동해시에서 출항하는 DBS 크루즈 여행은 럭셔리하지도 않고 그저 쉬면서 여행하기에 그만이다.

배에 몸을 싣고 동해에 잠시 몸을 뉘었다 눈을 뜨면 이웃 동네인 일본으로 데려다 주고 그곳에선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DBS 크루즈로 가는 동해시~돗토리현 3박4일간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동해~돗토리현 글·사진=양승진 기자 ysyang@asiatoday.co.kr


동해에서 출발해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항을 향해 밤바다를 헤쳐가는 DBS크루즈훼리 이스턴드림호의 갑판에서 본 밤 풍경.
◆ 1일차-배에 몸을 싣고 밤바다를 만나다

매주 목요일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로 향하는 DBS 크루즈를 타려면 동해여객터미널에 오후 4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3시간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점심식사는 로드식(食)으로 하면 여유롭다.

여객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여행일정을 확인하다 보면 오후 6시쯤 배에 오른다.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2층 뷔페 레스토랑으로 가면 저녁 식사와 함께 배가 출항하느라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부산해진다.


동해에 떠오르는 해를 크루즈 선상에서 보면 눈높이에 해가 걸리는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갑판으로 나오면 지는 해와 멀어지는 동해안을 바라보다 이내 어둠에 휩싸인다. 바다는 갈수록 조금씩 깊어지는지 배에 부딪치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그리며 점점 커진다.

밤도 깊어지고 뭔가 분위기를 살리고 싶다면 2층 바에서 음악을 듣든지 아니면 그리 크지 않은 면세점 구경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선미에 있는 클럽에서 몸을 흔들어도 된다.

그때쯤이면 공해상으로 나온 배는 어둠 속을 끝없이 달려가고 갑판에서 똥 폼 잡고 달구경을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땐 정갈해야 한다면 히노키 사우나를 해도 좋다.


밤새 동해를 달려 사카이미나토항에 내려서는 관광객들.
◆ 2일차-돗토리현 중심 관광지를 훑다

새벽 5시. 알람소리에 맞춰 밖으로 나오면 동해에서 해돋이를 즐길 수 있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는 보기만 해도 그 벅찬 희열에 심장을 멎게 한다.

배는 쉬지 않고 13시간을 달려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가 손에 잡힐 듯 들어오고 오전 9시쯤 항구에 도착한다. DBS 크루즈와는 내일 만날 것을 약속하고 내려서면 입국수속과 함께 돗토리현 속으로 빠져든다.

가장 먼저 찾는 곳은 항구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요괴들의 나라’ 미즈키시게루로드로 향한다.


미즈키시게루로드에 나타난 요괴분장을 한 캐릭터.
이곳 출신의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 ‘게게게의 노키타로’에 등장하는 귀여운 요괴들을 전시한 기념관(어른 700엔, 청소년 500엔)과 800m 주변 거리에는 130개 이상의 요괴 동상이 늘어서 있다.

각종 요괴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빵과 과자, 기념품을 접하고 함께 거리에 늘어선 동상들을 보며 스탬프를 하나하나 찍는 재미도 있다.

이따금 견학 나온 어린 학생들과 인형을 뒤집어 쓴 요괴가 만나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꽃의 공원인 돗토리 하나카이로에 다이센산을 배경으로 양귀비가 가득하다.
걸음을 옮겨 다이센산(大山) 쪽으로 이동하면 꽃의 공원인 돗토리 하나카이로에 닿는다.

50㏊ 규모에 1년 내내 200품종 이상의 백합을 만날 수 있는 공원은 5~8월 10만개가 일제히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온몸을 전율케 한다.

지금은 튤립과 양귀비, 바이올렛 등이 다이센산과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공원에는 유럽정원, 안개정원, 허브가든, 플라워돔, 꽃의 계곡 등 오솔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고, 지붕이 있는 회랑을 거닐며 조망할 수 있다. 20여분간 원내를 돌며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꼬마열차도 있다.


사구에서 가장높은 해발 90m 모래언덕에서 사랑놀이를 하는 연인.
돗토리현 서부의 대표적 관광지를 돌았다면 이번엔 동부로 이동해 사구(砂丘)를 만난다.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인 사구는 3만년의 유구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모래언덕이다. 동서 16km, 남북 2km에 달하는 사구는 5~6m 바람결이 만들어내는 풍문(風紋)과 비 그친 후 경사면을 흘러내리는 사렴(沙簾), 강한 바람이나 비를 맞으며 작은 돌 등의 아래에 있는 모래만 있고 주변은 움푹 팬 사주(沙柱) 등 독특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사구까지 리프트를 타고 가 10여분 정도면 사구 중 가장 높은 해발 90m에 올라 동해를 바라볼 수 있다.

연간 이용객이 130만명에 달하는 사구는 돗토리현을 대표하는 풍광으로 가족 관광객이 많다. 어린이들이 모래언덕에서 엉덩이를 깔고 내려오는 재미와 샌드보드 등을 타볼 수 있다.
 

한일 우호교류 공원인 ‘바람의 언덕’. 오른쪽에 돌 바람개비가 보인다.
돗토리현 중부로 이동하는 중에는 한일 우호교류 공원인 ‘바람의 언덕’을 만난다.

1891년 강원도를 떠난 상선이 풍랑을 만나 아카사키 앞바다에 12명이 표류해 오자 이곳 영주가 이들을 후히 대접하고 나가사키까지 보내줘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했고, 1963년에는 부산항에서 출항한 어선이 기관고장으로 아카사키 앞바다로 떠밀려 오자 주민들이 따뜻하게 보살펴 그 표착지점에 세운 공원이 이곳이다.

우호교류공원에는 자료관과 물산관, 우정의 종, 정자 등의 시설물이 있고, 한일 양국에서 부는 우호의 바람을 상징하는 돌풍차가 있는 데 무게만 2톤인 돌 바람개비가 쉼 없이 돌아간다. 물산관에는 김치와 라면, 과자 등 한국 슈퍼마켓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하루 종일 일본의 속살을 헤집었다면 저녁나절엔 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제격이다.

곳곳에 다양한 온천과 료칸이 산재해 숙식을 겸할 수 있다. 강물 소리를 듣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에서 해도 좋고, 대중탕(어른 350~400엔)을 찾아도 ‘온천왕국’ 일본의 물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버스투어 첫 코스인 구라요시 아카가와라 사찰을 방문한 관광객들. 
◆ 3일차-2000엔짜리 버스투어를 하다

돗토리현 중부지역에서 촬영된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돌면서 관광과 맛집, 특산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버스투어를 이용하면 딱이다.

최근 방영된 ‘아테나-전쟁의 여신’ 촬영지를 따라가는 일정으로 2000엔에 10가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투어는 오전 10시 구라요시역을 출발하며 시작된다. 한일 양국 관광객이 동승하는 관계로 한국어 가이드가 끝까지 진행하고, 버스에 탑승과 동시에 일정표와 과자 봉지를 건넨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라요시 아카가와라로 옛날 일본 마을풍경이 그대로 전해진다.

축제 인파속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 이곳은 마을 주민 400명이 엑스트라로 나올 만큼 한국과 친숙해졌다. 1875년 창업한 양조장에 가면 명주인 ‘시쿤’을 시음할 수 있고, 수로를 따라 늘어선 공방과 사찰, 신사 등이 오밀조밀 붙어있어 일본을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도토리현 중부의 시골라면. 한 그릇에 630엔이다.
다시 버스에 오르면 점심으로 돗토리현 중부의 시골라면을 맛본다. 제주 고기국수 같은 스타일인데 조금 밍밍한 것 빼곤 먹을 만하다. 그나마 식당 주인이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특별히 김치를 내준다.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서면 이번엔 하나미가타 해안묘지로 이동한다. 해안에 집중된 자연발생 묘지로 서일본 최대 규모인 묘역은 2만기가 늘어서 있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관계로 용병과 총격전을 벌이는 정우의 액션장면이 촬영됐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해안가에 조성된 하나미가타 해안묘지. 2만기가 모셔져 있다.
다음은 아오야마 고쇼 후후사토관이다.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기념관으로 코난 탄생 과정과 실제 작품을 볼 수 있고, 캐릭터도 판매한다.

다시 버스를 타면 수제 아이스크림 맛을 보고는 돗토리현에서 두 번째로 큰 도고호수 임해공원을 거쳐 하와이온천 보코로로 이어진다.

정우성과 수애가 서로 사랑을 확인하며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을 찍은 이곳은 유독 323호만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전통 온천호텔로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 정우성과 수애가 하룻밤을 보낸 하와이온천 보코로.
투어버스는 일본 전통 온천가인 미사사정으로 이동한다.

일본 온천의 본고장인 이곳은 무료 족욕탕이나 노천탕이 있어 잠깐이나마 피로를 풀 수 있다.

버스가 모든 일정을 끝내고 오후 3시30분이면 처음 출발했던 구라요시역으로 데려다 준다.

여기서 리무진을 타면 처음 내렸던 사카이미나토항이고, 출국수속과 함께 DBS 크루즈에 올라 밤새 또 동해를 달려간다.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사사온천의 노천탕.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큰 길에서도 다 보인다.
◆ 4일차-돌고래떼 반기는 그리운 동해

마지막 날인 일요일 오전 5시 알람소리에 깨면 무조건 갑판으로 내달린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마력 때문에 새벽공기도 달착지근하다.

수평선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일출은 불덩어리가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어서 그 장엄함을 말로 형언할 수 없다.

DBS 크루즈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려면 운항실로 올라가야 한다.

좁은 통로를 지나 운항실로 들어서니 각종 기기들이 늘어서 있고, 선장과 1등 항해사는 연신 망원경으로 앞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동해에서 푸른 물살을 가르며 유영하는 돌고래떼.
‘친절한 선장’으로부터 DBS 크루즈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도 배가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는 게 눈앞에 보인다. 순간 난데없이 “돌고래떼다” 하는 소리에 손쓸 틈도 없이 창문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마구 눌렀다. 떼로 이동하는 이놈들은 순식간에 지나쳤다.

선장은 “아마도 귀국길을 돌고래들이 호위하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날이 완전히 밝아지면서 강원도 땅이 가물가물 들어오고 크루즈는 거친 물살을 헤치며 동해로 성큼성큼 보폭을 넓혔다.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9시쯤 하선을 시작하자 출발지였던 동해여객터미널로 내려섰다.

3박4일간의 열도여행은 짧았지만 추억과 감동은 어찌나 큰지 동해고속도로를 내내 같이 달리고도 남았다.


DBS크루즈훼리 이스턴드림호의 운항실에서 본 모습.
■여행메모

일본 돗토리현은 시내권을 벗어나면 우리나라 영월 정도의 순박한 시골정경이다. 날씨는 서울과 거의 같고 해안에 위치한 탓에 밤에는 바람이 좀 분다. 낮에 투어를 하고 밤에 즐길거리가 크게 없어 아직은 착한 동네(?)다. 시내를 배회하며 상점(DVD)에서 한류를 체감하거나 오락실, 선술집 정도만 늘어서 있고, 이마저도 밤 11시면 문을 닫는다.


투어를 위해 JR돗토리역에 늘어서 있는 택시들. 1000엔만 내면 3시간 동안 4명이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다.
돗토리 주요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는 택시투어도 착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JR돗토리역에 있는 돗토리시 관광안내소에 하루 전 예약을 하면 택시 한 대에 4명까지 3시간 동안 1000엔에 이용할 수 있다. 내년 3월 말까지 운영하는 택시투어는 원하는 코스 설정이 가능해 이용객이 많다.

돗토리현에서 둘러볼 곳은 일본 3대 명산인 다이센산(1709m)과 미토쿠산에 있는 ‘세계의 불가사의’인 산부쓰지 사찰의 나게이레도 불당(국보), 엔쵸엔 중국정원 등이 있다.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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