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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이성민 “스타덤? 제게 무슨일 생겼나요? 하하”[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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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연 기자

승인 : 2012. 10. 07. 18:10

*휴머니스트 의사 최인혁으로 오랜 조연 생활 마감하고 일약 스타덤 오른 그의 매력은?
골든타임 최인혁 역 이성민 /사진=OSEN
 역시 신뢰감이 가는 연기파 배우였다.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극본 최희라, 연출 권석장 이윤정)으로 오랜 조연 생활을 끝내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성민은 정감이 가는 훈훈한 외모에 신중함과 침착함, 위트까지 갖춘 틀림없는 '미중년'이었다.

드라마가 종방된 지난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배우 이성민을 만났다. 어색해하는 그의 표정을 본 순간 대배우와의 만남이란 설렘보다 걱정스러움이 앞서 밀려왔다. 제작발표회 당시 기자들의 물음에 단답형 대답과 웃음으로 대신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긴 답변을 부탁하며 시작했다.

"많이 좋아졌어요. 낯을 가려서 그렇지 원래 말은 많은 편이에요. 친해지면 계속 떠드는 성격인걸요?(웃음) 오늘 몇 기자분들과 인터뷰 하면서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불편하다고 피할 일이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이성민은 인기리에 종방한 '골든타임'에서 외상외과의 최인혁을 열연, 첫 주연작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최인혁이란 '딱 맞는 옷'을 입었기에 그의 연기에는 꾸밈이 없었고, 옷차림과 외모, 행동과 말투에 실제 의사의 체취를 담아내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매주 이성민의 모습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기분은 좋은데 애써 흥분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 중이에요. 빨리 냉정을 찾으려고 하고 있죠. 주변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더불어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이가 있어서 애써 태연한 척 하는데…허허. 아마 가족들도 좋아하겠죠? 근데 제 식구들은 이런 일에 흥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내색을 별로 안 하더라고요. 제 딸은 사인 해달라고도 하지 않는데요 뭘…대신 평소 연락 없던 친구들이 연락 와서 흥분하던데요?"

이성민은 2개월 넘게 의사 최인혁으로 살아 왔다. 이성민이 최인혁이요, 최인혁이 이성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의사 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종영한 KBS 드라마 '브레인'에서도 의사로 활약했다.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 상상이 안 되지만 그 당시 그는 권력과 명예를 중시하는 의사 고재학을 연기했다. 같은 직업 다른 성격이었지만 연달아 의사를 하기엔 부담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큰 부담은 없었어요. '골든타임' 시놉시스를 보기 전에 매니저가 '브레인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번 역할도 의사다'고 걱정은 했는데, 어차피 캐릭터가 다를 거니까 무슨 상관있나 싶었죠. 그래도 '바로 의사 역할이라고?'라는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지만 크게 오래가진 않더라고요."


사진=OSEN
자녀들은 부모를 롤모델 삼아 꿈을 키워가기 마련이다. 이성민에게는 성장기의 딸이 있다. 그의 딸 역시 연달아 두 번 의사로 맹활약한 아버지 이성민의 모습을 보며 의사의 꿈을 가지지는 않았을까.

"전에도 그런 적이 있지만 이번에도 의사 되고 싶다는 이야기는 했어요. 근데 제가 이번 작품 하면서 '이선균 삼촌 하는 것 봤잖아. 인턴하면 고생해'라고 하면서 하지 말라고 말렸죠. 근데 딸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만약 의사를 하겠다면…성형외과 같은 곳이 좋지 않을까요?(웃음)"

'골든타임'은 이성민, 엄효섭 등과 같이 숨겨져 있던 진주들의 재발견 외에도 숱한 화제를 낳았다. 생방송 수준의 쪽대본 촬영에, 응급실 세트장에서는 동시 녹음을 위해 에어컨조차 켜지 않고 촬영이 진행되는 등 각종 걱정스런 소식이 들려왔다.

"죽고 싶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참여하는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죠. 아마 이런 드라마는 없을 걸요? 촬영장 분장실이 오디션 현장처럼 전쟁터 같았다니까요. 모두 대본 연습에…촬영 없는 날 배우들끼리 만나면 드라마, 캐릭터 이야기에 여념 없었을 정도로 분위기는 최고였죠. 그래서 엄효섭 씨는 시즌2 하면 한다고 하더라고요. 전 아직 결정 못했는데…(웃음)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당시에 더위와 빡빡한 스케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르겠는데 지나고 나니까 또 생각이 나네요."

이성민에게는 상을 줘도 아깝지 않다. 그는 대본을 보고 읽으라고 해도 더듬을 만큼 엄청난 대사량에 실제 의사들에게 시키면 손사래 치며 도망칠 정도로 많은 수술을 담당해야하는 부담감 속에서도 묵묵히 극을 이끌어 갔다.

"초반에는 장기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다보니 수술하는 장면 촬영하는 데에 20시간씩 걸렸죠. 후반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까 5~6시간으로 줄었지만…리허설 할 때 실제 의사 분들이 같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이거 빼도 되지 않아요?'라고 물을 정도로 실제 의사처럼 되더라고요. 그래도 수술은 징글징글 하더라고요. 게다가 더운 중환자실에서 엄효섭 씨와 의학용어로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골든타임' 속 이성민의 수술장면은 매번 눈길을 끌었다.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단호한 결단력은 늘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신 들린 듯한 빠른 손놀림은 박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수술 장면은 유독 기다려졌다.

"한 번은 이선균 씨가 외과 팀(엄효섭, 홍지민 등) 수술 장면 촬영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난리가 났더라고요. 웃겨 죽는 줄 알았대요. 저희 외상외과 팀 수술은 굉장히 거칠고 정신없는데 외과 팀 수술은 김장 담구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엄청 느긋하게 했나 봐요. 솔직히 수술은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안 하던 수술 갑자기 들어가면 멘탈붕괴 오는데 배 가르고 피 나오는 걸 실제로 보면 어휴…그래서 수술 장면은 모두 싫어했죠."


사진=OSEN
이성민은 회를 거듭할수록 실제 의사로 변모해 가는 듯했다. 그의 연기는 어색하기는커녕 진짜 수술 장면을 참관하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진짜 의사해도 되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처음 메스 들었을 땐 정말 긴장 많이 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한 번은 제가 수술하는 장면 찍고 있는데 송선미 씨가 배 위에 피로 낙서를 하더라고요. 그거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다들 덤덤해진 거죠. 진짜 의사해도 되겠다고요? 의사들이 제 수술하는 모습 보면서 진짜 같다고 하던데요? 정말 잘한다고 실제 개복해도 되겠대요. 이제는 웬만한 슈처(환부를 꿰매는 것)는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실제로는 못하겠죠.(웃음)"

이런 현실감 넘치는 의학드라마가 탄생하는 데에는 현직 의사들의 도움이 컸단다. '골든타임'은 부산 현지에 있는 해운대 백병원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 없었으면 정말 못했을 거예요. 응급의학과 교수 1명, 외상외과 교수 2명은 촬영할 때 같이 밤새우고 다음날 출근하고…수술실 간호사 한 분은 첫 수술 장면 찍을 때 출연까지 해주셨죠. 20시간 넘게 촬영하고 그 간호사가 '정말 상상도 못했고 다음부터 드라마 볼 때 욕하면서 안 보겠다'고 말했어요. 실제 수술은 상대도 안 된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렇게 오래 찍을 줄 몰랐대요."

하지만 '골든타임'은 30~40%를 기록하는 대박 드라마보다는 10% 중반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한 '마니아 드라마'에 가까웠다. 대박 시청률에 대한 못내 아쉬움도 있을 법 했다.

"아쉽지는 않아요. 물론 20%를 넘었으면 좋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주연이었기 때문에 시청률 떨어지면 어떡하나 조마조마 했었어요. 주연이다보니까 잘못 되면 제 탓 같아서 확실히 부담이 크더라고요."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성민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그가 꼽는 '골든타임'의 강점은 '평범한 의사'의 등장이었다.

"'골든타임'에는 천재 의사라든가 하얀 가운을 입은 스타일리시한 의사가 등장하지 않아요. 동네 어딜 가나 있을 법한 사람들이 의사로 나오죠. 그래서 공감을 끌어내지 않았나 싶어요. 의사가 범접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거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처절한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는 '어쩌면 우리보다 더 못 한 사람들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을 수도 있고요."


사진=OSEN
이성민에게 '골든타임'은 첫 주연작이었기에 애정이 컸던 만큼 반대급부로 아쉬움도 많았을 것이다. 이성민은 '골든타임'에 대한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대본이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테고…사람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치료와 수술만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저랑 이선균 씨는 사복을 입고 등장했던 적이 별로 없었어요. 항상 병원에만 있었죠. 그래서 후반에 이사장으로 변신한 황정음 씨 모습을 보고는 둘 다 어색해하며 '연예인 같다'고 놀랐을 정도라니까요. 그리고 송선미 씨와 멜로 라인이 좀 더 부각되지 않았던 것? 뒤로 갈수록 둘 관계에 힘이 없어진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쉽죠.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시청자들도 그럴 걸요?"

인터뷰 막바지 이성민에게 "CF 들어오면 밥 사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묻자 그는 "그건 (과장 4인방)형님들 이야기죠"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이내 "밥만 사겠어요?"라고 말하며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우선(?)은 몇 마디 말로 전달했다.

"이 드라마는 이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감동스러운 사람들이었어요. 누군가가 촬영 현장을 찾아와 허리에 복대 두르고 기어 다니는 감독과 며칠 동안 못 자서 눈이 시뻘겋게 변해 있는 스태프들, 끊임없이 NG를 내면서도 땀 흘리며 다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봤다면 눈물 났을 걸요? 우린 전쟁터에 함께 나간 전우들이예요…아무튼 좋았어요.(웃음)"

'골든타임'은 이성민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놨다. 덕분에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 배우'이기 전에 '연극 배우'였다. 힘든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도 다시 연극 연습에 들어갔다는 그에게서 진정한 배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에 같이 출연했던 송선미, 정석용 씨와 바로 연극 '거기'라는 작품 연습에 들어갔어요. '골든타임'이 연장을 안 했으면 연습을 더 일찍 시작했을 텐데 연장하는 바람에 2주 정도 늦게 참여하게 돼 매일 연습 중이에요. 덕분에 추석에도 연습했죠. '골든타임' 끝나면 정말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머리로는 끝났다고 느끼면서도 끝나자마자 토크쇼 출연에 연극 연습에…중간에 일정 몇 개 마치고 나니까 몸에 약간 무리가 오더라고요. '이제야 몸이 끝난 걸 느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연극 연습 들어가다 보니 다시 긴장상태로 들어간 것 같아요. 몸이 힘들긴 해도 연극은 늘 재밌는 작업이니까 괜찮아요. 21일에 시작하니까 꼭 보러 오세요."
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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