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왕십리 이모네 곱창 김옥연 대표. /사진=정필재 기자 |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왕십리 이모네 곱창’을 운영하고 있는 김옥연 대표(58)는 전업주부에서 남편과 사별 후 본격적으로 창업시장에 발을 디뎠다.
“저는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그저 평범한 주부였어요. 그런데 남편을 보내고 나니 삶이 막막하더군요. 아이들은 아직 중학생인데…. 그래서 별의 별 일을 다 해봤어요.”
가장이 된 김 대표는 낮에는 자활교육을 받았고 밤에는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밤마다 곡소리를 듣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같이 우울해지는 것 있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산후도우미와 출산도우미 일을 3~4년 했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갈 나이가 됐지만 넉넉지 못한 집안 사정에 김 대표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김 대표는 새벽에 지하철 입구에서 김밥을 팔기도 했다. 이런 김 대표에게 동생이 손을 내밀었다.
“동생이 ‘누나, 포장마차에서 장사라도 해봐’라고 하더군요. 동생에게 지원금을 받아 서울 성동구 왕십리 곱창골목에 있던 33㎡(10평)크기의 곱창집을 2001년 인수했습니다. 손님들은 가게에 들어왔다가도 주인 아주머니가 바뀌었다며 그냥 나갔어요. 다른 매장 아주머니들의 텃세도 만만치 않았어요. 하루 매출요? 4만원도 안됐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김 대표는 ‘젊은 직장인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가게 인테리어부터 바꾸기로 했다.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1500만원을 대출받아 매장 분위기를 변신시켰습니다. 천장을 뜯고 다락을 만들어 좌석을 늘렸어요. 또 다른 매장보다 더 깨끗하고 모던하게 꾸몄죠.”
분위기뿐만 아니라 맛에도 차별화를 뒀다.
“교육학과 학사 출신의 경력을 살렸죠. 그때 따 놓은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도움이 됐습니다.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저만의 특별한 소스를 만들었어요. 냄새를 없앴고 매운 곱창 소스도 개발했어요. 원조격이죠.”
분위기를 바꾼 왕십리 이모네 곱창은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고요. 입소문을 타더니 결국 방송국 작가의 귀에까지 들어갔나 봅니다. 가게 문을 연 지 6년 만에 방송을 탔어요. 맛대맛이라는 프로그램은 물론 VJ특공대에도 저희 가게가 소개됐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빴죠. 그때는 월 3000만원씩 매출을 올렸으니까요.”
장사 초보가 혼자만 대박이 나니 주변 상인들은 김 대표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평생 장사를 했어도 저만큼 수익을 올려본 적이 없는 옆 가게 주인들은 얼마나 속상하고 질투했겠습니까. 괜히 들어와서 난동도 피우고 저희 집 앞에 있다가 손님 오면 서비스 준다고 데려가기도 했고요. 한 방송국에서 저희집 촬영을 왔는데 중간에 어떻게 했는지 가로채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주변의 시기에도 나름 선방하며 장사를 했습니다. 물론 다른 업체보다 매출도 더 잘 나왔고요.”
영원할 것 같던 김 대표의 행복은 7년만에 깨졌다. 2008년 뉴타운 개발로 일대 건물은 철거됐고 서울의 명소였던 왕십리 곱창 골목은 자취를 감췄다. 김 대표의 ‘왕십리 이모네 곱창’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어디로 가야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 충무로 골목을 선택했습니다. 오래된 동네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곱창집을 운영하면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공을 확신했어요.”
자리를 오피스 상권으로 옮기니 오히려 더 편한 점이 많았다.
“술 취한 아저씨들이 ‘아줌마 같이 술 한 잔 하자’며 자리에 앉히려는 사람이 없어서 참 좋았어요. 그런 아저씨들보다 직장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이 주로 오니까 몸도 마음도 더 편했습니다. 젊은 직장인들은 다음날 업무 때문에 술자리를 길게 갖지 않았습니다. 일찍 자리를 뜨더라고요. 또 주변 업주들의 텃세도 없었어요.”
![]() |
“점심시간만 되면 수많은 직장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요. 이 사람들을 노린 점심메뉴를 출시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곱창 소스나 매운 곱창 같은 차별화된 메뉴가 없었나 봐요. 전단지도 열심히 돌렸죠. 그래도 역시 차별화가 안되니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어요.”
장사하는 방식도, 매장 인테리어도, 주인도, 간판도 그리고 맛도 변한 것은 없지만 이곳에서의 매출은 지난 ‘왕십리 매장’에 이르지 못한다.
“사람들은 ‘맛있는 가게였는데 없어졌네’라고 생각할 뿐이지, 어디로 갔을까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예전의 ‘왕십리 이모네 곱창’이 충무로로 자리를 옮겼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 대표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할인 쿠폰도 판매해 보고, 블로그 마케터들을 이용해 고객의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예전처럼 길게 줄을 늘어서지는 않아도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주고 계세요. 아직 그 전만큼은 아니지만요.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다시 저희 매장이 줄서서 먹는 집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차별화해서 옛 영광을 재현하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