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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꼼수 논란 ‘오픈캡쳐’ 사용료 폭탄에 34개 기업 ‘집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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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영 기자

승인 : 2013. 05. 21. 06:04

“정상적 판매 대신 저작권 악용해 수익 올리려”…‘저작권 괴물’ 지적도


“9년 동안 무료로 사용했는데, 갑자기 수백만원을 내라니?”

국내에서 개발된 무료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인수해 슬쩍 유료로 전환한 뒤 사용 기업들을 상대로 고액의 사용료와 합의금을 요구해 ‘꼼수 폭탄’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이른바 ‘오픈캡쳐 소송’에 34개 기업이 집단으로 합류해 주목을 끌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명 금융그룹 소속 금융정보서비스업체인 A사를 비롯한 34개 기업은 지난 16일 ‘오픈캡쳐’의 저작권사인 ISDK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채무 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이로써 지난 4월 1차 소송을 제기한 8개 기업을 포함 소송에 참가한 기업 수는 총 42곳으로 늘어났다.

‘오픈캡쳐’는 지난 2003년 개발된 컴퓨터 화면 및 동영상 캡처·편집 프로그램으로, 개발 당시부터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월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인 ‘엣지소프트’가 오픈캡쳐의 저작권을 인수한 뒤 ISDK를 한국 총판으로 내세워 기업 고객을 상대로 유료 판매를 시작했다. 

문제는 유료화 과정에서 ISDK쪽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내세운 것.

프로그램 약관에 따르면 ‘오픈캡쳐’를 사용하는 기업은 그 기업의 규모에 따라 이른바 ‘서버비’와 프로그램 카피 비용으로 적게는 160만원에서 많게는 726만원까지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이 소송에 참가한 기업들 중에는 기업 소속 IP로 오픈캡쳐 프로그램을 이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300만원에서 많게는 860만원에 달하는 합의금 견적서를 ISDK 측으로부터 받은 곳도 있다.

한편 프로그램이 유료화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ISDK 측은 지난해 2월 오픈캡쳐를 기업용 유료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면서 홈페이지에 관련 사실을 공지했고 업데이트 약관을 통해 사용자들도 유료화에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배 ISDK 본부장은 “‘오픈캡쳐’는 회원가입이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아니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유료화 사실을 통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업데이트 과정에서 기존에 없었던 ‘약관 동의’란을 만들었고 기업 사용자들에게는 ‘라이선스 계약’란을 만들어 구매 절차를 따로 구비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유료화 사실을 충분히 통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 대부분은 자동 업데이트를 통해 고지된 ‘유료화’ 약관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통상적인 ‘버전 업데이트’로 생각해 업데이트에 동의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피해 기업들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민후의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에 휘말린 사용자들은 ISDK가 오픈캡쳐의 저작권을 인수하기 훨씬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적법하게 무료로 사용해왔다”며 “사용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프로그램이 유료화가 됐더라도 제대로 된 고지나 설명이 없었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ISDK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높은 가격에 저작권을 인수했다”며 “한국 총판으로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질 좋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기업 고객에 한해 유료화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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