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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국 쇠고기협상 축소 은폐 의혹

정부, 미국 쇠고기협상 축소 은폐 의혹

기사승인 2008. 05. 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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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 소 월령 표기 등 삭제돼
지난 4일 미국 인터넷 사이트(www.bilaterals.org)에 한국과 미국 간 쇠고기협상 영문 합의문이 공개되면서 우리 정부가 그동안 미국과의 합의 과정과 내용을 축소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합의문에 따르면 검역대상, 검역방법, 월령표시,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등 4가지 핵심적인 사안 등에 대해 당초 우리 정부의 발표 내용보다 크게 양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건이 아니라 복수(cases)로 발생해도 우리 정부는 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하향 조정(adverse change)할 때만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고 △협상타결 뒤 180일이 지나면 등뼈(T-bone) 연령구분 표시 의무도 자동폐지되며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검사를 포기하고, 표준 검사비율(샘플조사)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이 영문 합의문은 우리 측 수석대표인 농림수산식품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이 서명한 것으로 원본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광우병 여러 건 발생해도 수입중단 못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1건이 아니라 여러 건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에 대해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박탈하지 않는 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없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발병원인과 그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판명해 거기에 맞는 수준의 검역 조치를 취하자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또, 미국에서 광우병이 계속 추가로 발생하더라도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미국과 OIE의 조치를 기다리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합의문엔 “미국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OIE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상황일 경우가 아니면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은 오로지 OIE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한국, 전수조사 할 권한 없어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전수조사 할 권한이 없으며, 소의 뇌·척수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돼도 표준 검사비율(샘플조사)만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수량인 동일 제품 5개 수입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검사를 한 후 식품 안전 위해 요인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한국 정부는 표준 검사 절차와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광우병 위험 특정 부위가 발견된 경우라도 한국은 그저 검사 비율을 높일 수 있을 뿐이고, 그것도 5회 검사 합격이면 그 비율을 다시 내려야만 한다. 결국 전수 검사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또, 농수산식품부는 미국 도축장을 현지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해서만 현지 점검을 할 수 있고, 도축장에서 중대한 위반을 적발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미국 정부에 통보할 수 있을 뿐이다. 이 표본에 포함되지 않으면 미국 도축장이 한차례 정도 중대한 위반을 저질러도 한국의 현지 점검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를 놓고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 미국산 쇠고기 월령 표시 삭제
합의문 22조 1항에 따르면 미국 공무원이 수출검역 증명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에서 소 월령 표시는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합의문엔 “개정된 수입 위생 조건 발표 후 180일간 등뼈가 정상적으로 포함되어 가공되는 티-본 스테이크 수출품 등에 한해 해당 회고기가 30개월령 이하임을 표기하고 180일 이후 계속 표시 여부에 대해 추가협의하기로 했다”고 나와 있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표시는 삭제됐고, 게다가 180일 이후엔 30개월령 이하 표기마저도 삭제되는 셈이다. 왜냐면 미국이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 갈비 스테이크 월령 표시 제도 부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0개월령이 넘은 쇠고기를 포장 상자에 표시하도록 하는 문제(Marking requirements for OTM meat)는 검역실효성을 좌우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이 같은 ‘알맹이 빠진’ 합의로 인해 미국 정부는 개개의 쇠고기 제품에 대한 월령 보장 책임에서 벗어났고, 미국 도축장 입장에서는 한국으로 선적되는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쇠고기 월령 확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결됐다.

하지만 한국의 검역 공무원은 눈앞의 쇠고기나 등뼈만 보고 월령을 구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우리 국민은 30개월 이상의 광우병 쇠고기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 셈이다.

■ 美 광우병소 뇌, 척수를 동물사료로 사용
미국의 사료조치는 ‘주저앉는 소’와 같이 사람의 식용을 위한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라도 30개월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뇌와 척수마저도 동물 사료로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수산식품부는 지난 2일 기자들과의 끝장토론에서 미국의 강화된 사료 조치에 대해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석수를 제거하도록 했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영문 합의문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학자적 소신으로 살펴봤을 때 이것은 분명 굴욕적인 합의문이고,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핵심적인 사안은 모두 축소 은폐되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표 > 정부 발표와 영문 협상 합의문 차이점 
 

 구 분

정부 발표

 영문 합의문 해석

미국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조치 관련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상황일 경우 수입을 전면 중단

-미국에서 광우병이 한건이 아니라 여건(cases) 발생해도 즉각 수입을 중단하지 못함.

광우변 위험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 통제국 지위하락(adverse change)이 되어야 수입 중단 가능.

 

 

소의 월령 구분 표시

 

 

-180일간 티본 스테이크 수출품에 한해 30개월령 이하 표기하고, 180일 이후 계속 표기 여부는 추가 협의하기로 함.

 

 

 

-180일이 지나면 갈비 월령 제도는 자동 폐지되고, 협의만 시작할 수 있음.

전수 검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 과정에서 철저한 검역을 실시하고, 수입 초기 현물 검사 확대

 

-미국 전역 도축장 검역 가능

 

 

 

-미국산 쇠고기 검역 조사에서 표준 비율(샘플조사)을 적용해야 하고,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되더라도 검사비율만 높일 수 있음.

 

-미국 도축장 검역 불가능, 중대한 위반 사항 적발하더라도 미국 정부에 통보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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