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분쟁 복선…화해 공간 찾기 어려워

기사승인 2008. 08. 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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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스메이커 인식 국제사회에 심어라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을까? 당시 고구려인은 고구려가 천하의 중심국이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그럼 임나일본부는 고대 일본의 가야지역 통치기관이었을까? 한국과 일본의 많은 사료들은 오히려 임나일본부가 4~5세기 가야제국의 왜 통제기관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것은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운 역사상식 중 하나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역사교과서를 통해 고구려를 중국의 고대지방정권으로 정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도 일부 역사교과서에서 여전히 임나일본부의 존재가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증거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 근대사 이어 중국 고대사 시각차 쟁점
중국과 일본의 이 같은 역사인식은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위해 이용될 수 있다는 소위 '고위금용(古爲今用)'의 개념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역사인식의 차이는 향후 한중, 한일의 국민간 대결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과거사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문제가 된다.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분쟁은 현재 진행형인 동시에 정치.사회적인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경대 윤휘탁 교수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애국주의와 일본의 우경화, 그리고 한국의 민족주의가 맞서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독도영유권 나아가 임나일본부설 등 일본과의 역사 갈등이 20세기초 일제식민주의의 경험과 맞닿은 근대사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동북변강사 여현상 계열 연구공정(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중국과의 역사 갈등은 한민족의 뿌리와 관계된 고대사를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접국가의 역사분쟁은 학술적인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현재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분쟁은 영토분쟁의 복선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인식 내지는 화해의 공간을 찾아나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동북공정 학술논쟁서 생활속으로 '심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역사를 둘러싼 역사논쟁은 주로 한일 양국 간에 진행돼 왔고, 일제침략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과 중국은 공동보조를 취하는 형태였다. 일본 후소샤판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중 양국은 동시에 일본을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이 2002년 2월부터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2003년 중순 국내에 알려지면서 역사논쟁의 전선이 한일 양국을 넘어 한중 양국에까지 확대됐다.

역사연구가 이희근 박사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해 "한국사의 영역을 신라사로 한정하면서 한반도 북부마저 중국이었다는 주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같은 주장이 중국 학계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적인 견해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나아가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돼 버렸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동북공정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는 더 깊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 관계자는 "왜곡된 고구려 역사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될 경우 한민족은 ‘뿌리 없는’ 민족으로 전락하게 되는 한편, 한반도 북부 지역이 중국사 강역으로 넘어 가게 되면 북한 붕괴 후 중국이 북한 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지난해 상반기 연구과제 공모기한이 종결되면서 공식적인 학술 프로젝트는 완료됐다. 하지만 한국과의 역사 갈등의 소지는 한층 더 커졌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연구 성과물을 전제한 상태에서 집안시의 '고구려문화관광도시 진흥전략' 추진, 흑룡강성정부의 발해문화유적의 정비.복원사업과 유네스코 등재 움직임을 가속화하면서 동북공정의 논리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윤휘탁 교수는 "종래의 동북공정이 고구려사 귀속권을 둘러싼 학술논쟁에 치우쳤는데 비해 최근에는 '고구려.발해 문화유적=중국 문화유적'이라는 논리를 전제로 이들 문화유적을 관광자원화해 수입을 창출하는 동시에 중국 국민들의 생활 일부분으로 녹아들어가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피스메이커' 국제지지 획득해야
일본정부도 최근 중학교 학습서 지도안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면서 한일간 화해의 역사가 아닌 갈등의 역사를 심화시키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홍성근 연구위원은 최근 학술세미나에서 "이 같은 독도기술은 독도문제의 본질에 대한 한.일 양국 국민들 간 시각차를 크게 해 갈등과 대립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후세대 국민들에게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겠다는 의사표현은 독도문제가 미래세대에까지 이어지면서 한일 국민간 갈등이 영구화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가 더이상 과거의 문제로 함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아가 국민대 신주백 교수는 "한일간 갈등으로 촉발되는 동아시아의 긴장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아시아지역 국가들과의 다자간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접근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이 피스메이커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줘 국제적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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