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물함 무단으로 열고 생리대 등 위생용품 폐기처분 보안검색대 있어도 가방검사 직원들 잠재적 절도범 취급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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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지식향연’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신세계
‘직원 사물함 사찰’ 등 신세계 이마트의 인권침해 행위가 도를 넘어서며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상반된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의 행보라는 지적이다.
21일 서비스연맹이 주최한 ‘여성인권 유린 고발’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신세계 이마트의 인권침해 사례는 신세계가 직원과 법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이마트 중동점은 500여명의 직원 개인 사물함을 무단으로 열어 ‘계산 완료’ 라벨이 붙지 않은 상품에 대해 무단으로 폐기처분했다”며 “개인물품 중 생리대 등 여성 위생용품이 포함돼 해당 여성은 성적 수치심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직원 퇴근시 보안검색대가 있는 데도 가방검사를 자행하는 등 직원들을 잠재적 절도범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취업 규칙에 ‘사원의 출퇴근시 또는 필요할 때 소지품 검사 또는 검신을 행할 수 있으며 사원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위헌적 조항을 넣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병가를 사용했거나 출산 전후인 직원에게 낮은 고과를 주는가 하면 병가 신청시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고 CCTV를 통한 직원 사찰 등 인권침해 의혹도 줄줄이 이어졌다.
전 위원장은 “사측에 관련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오히려 사원 의식 전환교육을 실시하며 무언의 압박을 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이마트의 지속적인 인권침해가 물의를 빚으면서 정 부회장의 리더십과 진정성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가 평소 ‘사람’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조해 온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전문가는 “한 개인이나 지점의 일탈행위라면 정 부회장의 경영방침이 현장까지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고, 조직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면 겉만 번지르르한 ‘불통(不通) 경영’을 드러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그룹 최고경영자(CEO)로는 이례적으로 대학생을 위한 강연에 나서 인문학의 중요성과 함께 “신세계 경영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