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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획] 전선에서 띄우는 부모님 전상서

[추석 기획] 전선에서 띄우는 부모님 전상서

기사승인 2014. 09. 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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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일병 "선임들 따뜻한 격려 힘이 됩니다"...군에 자식 둔 어머니 신명순씨 "병사들 볼때마다 힘이 납니다"
GOP 김기훈 일병
군에서 첫 추석 명절을 맞는 최전방 육군15사단 을지연대 이홍근대대의 김기훈 일병이 4일 일반전초(GOP) 철책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김 일병은 몸이 불편하고 홀로 계시는 어머니가 즐겁고 건강한 추석을 보내시라는 안부 편지를 보냈다. / 사진=육군 제공
우리 군대가 최근 잇단 사건 사고로 창군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군대와 군인들이 없다면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없다.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도 우리 군 장병들은 국민들의 즐거운 명절을 위해 전후방 전선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군에서 첫 추석 명절을 맞는 최전방 육군15사단 을지연대 이홍근대대에서 일반전초(GOP) 철책 경계 근무를 하고 있는 김기훈 일병이 어머니에게 추석 안부 편지를 보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사는 윤영원 공군 상병의 어머니 신명순(51)씨는 군에 있는 아들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신 씨의 편지는 병무청이 전개하고 있는 ‘군 장병에게 감사편지 보내기 운동’에 접수된 편지 중에서 엄선했다.

병무청은 지난달 28일부터 9월 30일까지 감사편지를 접수 받아 다음달 1일 국군의 날 전후로 군 장병에게 전달한다. 병무청은 2010년부터 감사편지 보내기 운동을 통해 지금까지 23만6000여 통의 편지를 일선 장병에게 전달했다.

[전선에서 띄우는 부모님 전상서]

어머니!

입대 후 4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지금.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 졌고 마음도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추석 때 제가 좋아하는 감주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감주를 만들던 그 때가 생각이 납니다. 하나뿐인 아들의 군 입대로 명절을 홀로 보내실 어머니가 너무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마음이 힘들고 지쳐 있을 때마다 소대 선임들의 따뜻한 위로에 마음이 많이 풀립니다. 아버지와 형이 떠나고 편찮으신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사정을 아는 선임 한 명 한 명이 다가와서 “처음으로 어머님과 떨어져 보내는데 힘들지 않냐. 어머니와 함께 해야 되는데 참 아쉽다 그치?”라며 살갑게 대해 주고 자신들의 이야기도 해 주면서 제 마음을 많이 풀어줍니다.

대대장님께서도 합동 차례를 준비하시고 전우들과 함께 지내면서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하는 병사들의 마음을 이해하시는 듯 노력을 해 주셔서 참 감사하고 다행인 것 같습니다. 또 그동안 일반전초(GOP)라는 특수한 환경때문에 면회가 불가능했지만 명절을 맞아 부모님의 면회를 허락해 주시는 대대장님이 계셔서 어머니와 제가, 또 대대 전우들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병 수료식에서 눈물 흘리며 저에게 뛰어오시던, 많이 아프고 힘들지만 군에 있는 아들에게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아들들은 군에 와서야 부모님을 느끼는구나’ ‘남자라면 군대를 꼭 한 번은 다녀와야 좋다고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GOP에서 보내는 첫 명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군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될 두 번의 추석과 두 번의 새해를 함께 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마음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면 남은 1년 6개월도 한 사람의 군인으로서, 남자로서 완성되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군 복무를 훌륭히 마치고 내후년부터는 어머니와 명절도 함께 지내고 힘든 일을 맞아서도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필승!
육군15사단 을지연대 이홍근대대 김기훈 일병 올림

[군에 있는 아들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

대한민국의 국군 장병 여러분, 여러분이 있어 우리는 지금 안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국군장병 여러분이 지금도 전방에서 또는 후방에서 열심히 나라를 지키고 있어 우리가 안심하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현재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의 한 사람으로 늘 국군 장병 여러분의 안위가 걱정이 된답니다. 언론에서 군대의 구타 사건이나 가혹행위 관련해 보도가 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답니다. 때로는 길을 가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만 보면 군 복무 중인 우리 아들이 생각이 나 그저 반갑고 안쓰러울 때가 많이 있답니다. 아마도 군대에 아들을 보낸 모든 부모들의 심정이 그러하리라 생각이 된답니다.

흔히들 그러지요. 군대는 건강하게만 잘 다녀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물론 그런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한참 공부를 하거나 미래를 위해 인생을 설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서 21개월 내지 2년의 시간은 정말 중요한 시간이지요. 어느 정도 자유는 있다고는 하지만 갇힌 공간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면 2년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제 막 군 생활을 시작한 초년병도 있을 것이고 흔히 말하는 ‘말년’ 병장도 있겠죠. 서로가 서로를 조금만 배려해 주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2년을 보내지 않을까요?

국군장병 여러분, 정말 여러분이 있어 대한민국은 힘이 납니다. 부모의 한 사람으로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건강하고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윤영원 공군 상병의 어머니 신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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