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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자 군인 집적대면 분명 노(No) 라고 말해라”

[단독] “남자 군인 집적대면 분명 노(No) 라고 말해라”

기사승인 2014. 12. 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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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군생활 '이도이' 예비역 육군 대령, 창군 첫 여성 예비군 지휘관의 '여군의 길', 예비군 연대장 '중책'..."남자 예비군들 말 잘듣겠죠"
이도이 대령
창군 이래 처음으로 여군 출신 예비군 여성 지휘관 시대를 연 이도이 육군 예비역 대령이 30일 후배 여군들에게 성군기와 관련해 “분명히 노(No)라고 얘기해야 하며 진급과 평점에 연연해 부당한데도 절대로 참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자 군인들이 집적대면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부당한데도 진급과 평점에 연연해 절대로 참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여성 예비군 지휘관 시대를 처음으로 연 이도이 예비역 육군 대령(53·여군 31기·사진)은 30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 군의 성군기 문란과 관련해 여군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28년 간 여군으로서 군 생활을 마치고 2012년 전역한 이 대령은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남자 군인 출신들도 합격하기 힘들다는 예비군 지휘관에 여성으로서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지난 28일 합격했다.

내년이면 여군 1만명 시대를 열지만 아직도 우리 군은 여군들이 직업 군인의 길을 걷기에는 적지 않은 난관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대령의 첫 여성 예비군 지휘관 개척은 새로운 여군들의 길을 여는 상징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예비군 연대장은 1600명 이상에서 7200명 이하의 거센 남자 예비군들을 지휘하고 관리하며 교육훈련을 담당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예비군 연대장 직책을 맡게 된 이 대령은 자신이 지원한 경기도 수원·화성 안에 있는 경기대나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한양대 안산캠퍼스 중 한 군데에서 대학·직장 연대장을 한다. 대략 3000~6000명 정도의 대학생 예비군들의 교육·훈련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군 1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최근 병영의 심각한 악성 사고·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성군기 문란과 관련해 이 대령에게 그 해법을 물어봤다. 이 대령은 우리 군에서는 처음으로 야전 여군 보병대대장과 군수참모를 역임하면서 지휘관으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대령은 “일단 성군기를 위반한 남자 군인들이 정말로 잘못한 것”이라면서 “군에서 근무를 할 때 후배 여군들에게 남자 군인들이 집적대면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대령은 “우리 후배 여군들이 혹시 진급이나 평점에 연연해 부당한데도 절대로 참아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 줬다”면서 “예쁘거나 매력적인 동료 여군에 대해 성적인 마음을 갖는 남자 군인들이 무엇보다 잘못됐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 대령은 “여군이라도 부하나 동료는 아껴주고 지도해줘야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후배 여군들도 명확하게 잘못된 행위나 행동이라고 생각이 들면 분명하게 노(No)라고 표현하면 남자 군인들도 움찔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대령은 쉽지 않은 군인의 길을 걷는 후배 여군들에게 “자신이 맡은 직책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즐겁게 일해야 한다”면서 “남자 군인들도 마찬가지지만 군과 사회 생활이 별개가 아니고 연장이며 전역해서 취직을 하려고 해도 그 성실성은 똑같이 다시 평가를 받는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 대령은 “지난 군 생활을 쭉 돌아보면 한결같이 묵묵히 성실하게 근무한 사람들은 언젠가는 평가를 받게 되고 진급도 하게 되며 진심은 통한다”면서 “임기응변적으로 눈치를 보고 권력을 좇아 다니다 보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대 생활을 마친 거센 남자 예비군들이 여성 예비군 지휘관인 연대장의 말을 잘 들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대령은 “군대 생활을 하다 보면 진심으로 존경해서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있고, 계급이 무서워 말 잘 듣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면서 “일단 예비군도 계급사회이고 군 생활을 하면서 남자 부하들 때문에 속을 썩은 적은 없다. 말을 잘 들을 것으로 본다”며 웃었다.

이번 예비군 지휘관 선발 시험에는 여군 출신 소령 2명도 중대장 직급에 도전했지만 아깝게도 고배를 마셨다. 여군 출신으로 첫 여성 예비군 지휘관 시대를 연 이 대령도 “예비군 선발 시험이 은근히 어렵다.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더라”고 말했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금녀의 벽’을 깬 이 대령이 예비군 연대장 지휘관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군인으로서 군대 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군대 생활이 저를 성장시켜 줬다. 이제는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령은 “우리 안보 현실에서 현역 전력도 중요하지만 갈수록 예비 전력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창군 이래 첫 부부 장군이 된 김귀옥 육군 준장이 여군 31기 동기이며, 여군 후보생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다. 16명 임관 동기 중에 김 장군만 지금 현역에 남아 있다.

3남3녀 육남매 중 다섯째인 이 대령은 2002년 육군25사단 신병교육대대장시절부터 88세인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효녀 군인’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 여군 대대장이라는 직책을 상상도 못할 때 조재토(예비역 육군 대장) 당시 육군 25사단장(소장)이 “대대장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이 대령을 창군 이래 처음으로 여군 보병 대대장으로 발탁했었다.

군이 좋아 군대와 결혼한 이 대령은 아직 미혼이다. “기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이 대령의 제2의 인생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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