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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수도권규제 완화와 미시정치

[칼럼]수도권규제 완화와 미시정치

기사승인 2015. 02. 0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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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위원
지난 1월 28일 문화일보는 "33년 묶인 수도권 규제 '지방 인센티브'로 푼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정부가 "정부가 33년 동안 묶여있던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는 대신 지방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방에 대한 지원 대책을 일괄 타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 내에 이견이 없고, 현재 기재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수도권 규제 완화 관련 부처들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지방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관계 부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정책이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우격다짐으로 강요하기보다는 반발세력들이 만족하게끔 일종의 거래를 해서 오히려 그 정책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를 '미시정치'(micropolitics)라고 부르는데, 영국의 대처 수상은 이를 잘 활용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수도권 규제에 정부가 미시정치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려 한다는 언론보도는 새롭게 들렸고, 또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바로 기획재정부는 언론보도를 부인하는 보도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에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며, 현재 수도권 규제완화 및 이와 관련된 지방지원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협의를 진행한 바도 없다는 것이다. 지방에 줄 적절한 인센티브의 발견을 위한 폭넓은 의견수렴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단순한 찬반의견을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또 합리적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약 1년 동안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이 해명자료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민감한 사안이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외교적으로 완곡하게 표현한 것 같은 인상이다.

수도권규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덩어리 규제의 하나로 자주 언급되었다. 그래서  규제개혁을 통한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입장 표명과 함께 수도권규제 완화는 뿌리 뽑아야 할 대표적인 덩어리규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방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해야할 지 알기 어려워서인지 실제로 추진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수도권규제 완화는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는 정부의 정책상품 속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개발을 위해 광주에 집중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간판 기업들을 각 지역들과 연계시켜 그곳에 집중 투자하도록 독려한 결과다. 이런 지방투자촉진 정책은 사실 지방의 양보를 통해 수도권규제 완화를 돌파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공기업 본사들이 각 지방으로 흩어져 이전되었다. 그렇다고 지방균형발전의 구호가 없어지거나 약해질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지방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한, 유지될 것이다. 

지방에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를 주고 수도권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면, 이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길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해 미시정치를 활용하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너무 쉽게 포기되는 것 같아 아쉽다. 어쩌면 이렇게 기획재정부가 언론보도를 재빨리 차단하고 나선 것은 수도권규제완화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하기가 부담스러워서일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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