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영진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믿음 경영’이 조금씩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단기 성과가 아닌 중장기적 방향성을 보고 소신껏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장(사장)의 유임이다. 신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S5’의 흥행 참패에 대한 책임으로 경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이 부회장의 재신임을 받았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 여파에 따른 실적 하락세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판단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위기로 직결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악에 가까운 실적을 내면서 삼성전기·삼성SDI 등 스마트폰 부품 계열사들의 실적도 동반 하락하는 연쇄 반응이 나타났다. 당시 내부에서도 신 사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내세운 경영 철학에도 성과에 따라 보상하거나 문책하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있었다. 이 부회장과 대조되는 면이다.
이 부회장은 필벌보다 조직원에 대한 믿음을 통해 사업 성과를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단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고, 중장기적 사업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의 믿음 경영이 삼성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