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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브랜드 베끼기, 정보유출이 재앙의 시작

[취재뒷담화]브랜드 베끼기, 정보유출이 재앙의 시작

기사승인 2015. 06. 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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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한수진기자-1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조용한 날이 없다. 창업시장의 현재 모습이다. 메르스로 대한민국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가운데 내수시장 최전방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사람 많은 곳 자체를 꺼리는지라 무엇을 팔려고 해도 대상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다 가뭄으로 인한 식자재 값 상승이 예고돼 외식업 운영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렇듯 외부 환경여건이 최악인데 내부적인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가장 입방아에 오르는 화두는 ‘베끼기 진실공방’이다. 유사상호 베끼기부터 동일한 콘셉트를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이를 둘러싼 지속적인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엔 죽 프랜차이즈 전문점 간 유사한 이름을 놓고 법적분쟁 중이다. 브랜드 상호로 인해 가맹점주 혼란을 야기 시키고 가맹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또, 벌꿀 아이스크림 업계도 ‘디자인권’ 소송을 놓고 맞붙기도 했었다.

그런가하면 작년엔 스몰비어 업계가 원조를 둘러싼 싸움으로 시끄러웠다.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던 눈꽃빙수 역시 누가 먼저 독점적인 상품을 기획하고 시장을 진입했느냐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유행에 민감하고 짧은 시간 내 큰 성공을 거두는 브랜드일수록 베끼기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분위기에 편승해 쉽게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존재해서다.

유사성과 원조를 놓고 대립하는 경우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동네 맥주집이란 콘셉트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쪼끼쪼끼’는 발음과 표기가 비슷한 수많은 아류 브랜드들의 난립으로 피해를 입었던 케이스다. 아이템 유행 주기를 단축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지지부진한 싸움을 벌이는 동안 시장은 혼탁해지고 고객들은 식상함을 느껴버린 것이다. 도 넘은 베끼기를 단순히 관행이라고 치부하기엔 창업시장 전체를 위축시키고 업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브랜드 베끼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신규 브랜드는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여서 누구나 쉽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데다 음식의 경우 저작권을 인정받기가 어려워 논란과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직원을 통한 정보유출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앞서 언급한 여러 법적 공방의 중심엔 항상 ‘이직한 직원’ ‘간부 출신’ ‘한 때 창업 파트너’란 말이 붙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업계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정보유출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평균 근무기간이 짧은 점, 이직을 통한 몸 값 올리기 풍토가 깊게 자리하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정보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오랜시간 동안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대부분 동종업계로 직장을 옮기면서 회사의 고급정보나 핵심기술도 함께 사라지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애사심이나 책임감보다는 조건과 돈에 따라 갈아타기를 반복하는 이직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존재한다. 투자를 통한 기계화·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값싼 노동력에 기대고 활용하려는 일부 프랜차이즈 기업의 운영정책도 문제가 많다. 급여나 복지 등 합당한 대우와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양심과 의리를 무조건 강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올바른 기업문화를 형성해 나가지 않는다면, 사람에 의한 정보유출은 근절 될 수 없다는 걸 인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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