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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외제차 때문이야”, 짝사랑 하는 여성과 친하게 지내는 남성 차 ‘불 지른’ 30대 구속

[기사의 극적 재구성] “외제차 때문이야”, 짝사랑 하는 여성과 친하게 지내는 남성 차 ‘불 지른’ 30대 구속

기사승인 2015. 07. 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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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이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인과 친하게 지내는 남성의 외제차를 불 태웠다. 경찰은 방화 혐의로 30대 남성을 구속했다. /사진=픽사베이
모두가 잠든 새벽. 

군휘가 터벅터벅 텅 빈 길을 걸었다. 간간히 차들이 지나가는 큰 도로를 피해 골목길을 걸으며 양쪽 주머니에 든 물건을 확인했다.

 

그것 때문이야. 은정이가 그 것 때문에 홀린 거야. 그것만 없어지면 돼. 그것만...’

 

군휘는 양쪽 주머니에 든 물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군휘의 집에서 목적지까지 거리가 꽤 됐지만 은정을 생각하느라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군휘는 우연히 친구와 함께 한 자리에서 은정을 처음 봤다. 군휘의 등 뒤에서 은정이 다가왔고 친구와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군휘는 넋 나간 듯 쳐다봤다. 친구의 소개로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 어설프게 인사한 군휘를 보고 친구가 놀려댔고 은정도 웃었다.

 

차츰 군휘는 친구를 졸라 은정과 만나는 시간을 늘렸다. 은정 앞에서는 유독 말도 못하고 어색한 행동만 하게 되는 군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자신을 책망했지만 그래도 얼굴을 웃고 있었다. 군휘는 은정의 말과 행동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혼자 미소 지었다.

 

언제 둘이 밥 한번 먹자는 스치듯 내뱉은 은정의 말에 군휘는 며칠을 그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은정이도 나 좋아하는 건가? 이번에 뭘 입고 가지? 그날 고백할까?’

 

그러나 군휘와 은정, 둘이 만나는 시간은 오지 않았다. 은정 쪽에서 기억도 못했을 뿐더러 군휘가 쭈뼛쭈뼛 둘이 만나자는 말을 꺼내면 그래 한번 보자라는 가벼운 답변뿐이었다. 

 



/사진=픽사베이
그렇게 은정을 짝사랑하던 군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우연히 시내를 걷던 군휘의 눈에 은정이 보였고 곧장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군휘는 그녀와 닿기도 전에 걸음을 멈춰 상가 입구로 급하게 들어갔다. 군휘가 본 것은 어떤 남성을 다정하게 맞이하는 은정의 모습이었다. 상가 입구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민 군휘는 한 남성이 은정과 반갑게 인사하며 카페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순간 심장이 요동 쳤고 군휘는 잠시 상가 계단에 앉았다. 그리고 곧 다시 일어서 남성과 은정이 들어간 카페가 보이는 길 건너편 상가로 들어가 두 사람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자 두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카페를 나와 남성의 차로 이동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외제차였다.

 

군휘는 멍하니 외제차를 타고 이동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복잡했다. 은정이 그렇게 환하게 웃고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정이가 누구 만나냐고? 난 처음 듣는데? 외제차? ...걔 별 거 없어. 그자식도 은정이 좋아했나?”

 

친구도 그 남성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오다가다 몇 번 마주친 사이인데 차만 좋아 보이더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친구의 정보였지만 군휘는 그 정보 중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내가 걔보다 못한 게 뭐야. 외모도, 키도 나랑 비슷하고. 별 거 없는데 차가 좋아서 그런 건가?’ 

 



/사진=픽사베이

 

그 후로도 군휘는 시내에서 여러 차례 그 남성과 은정이 같이 있는 모습을 봤다. 군휘가 은정에게 번번이 만남을 거절당하는 시기와 일치했다. 군휘는 유독 그 외제차가 싫었다. 그 남성이 타는 같은 외제차가 길거리를 지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욕을 했다 

 

군휘도 모르는 사이, 군휘는 그 남성과 자신의 다른 점이 차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남성을 만나 이야기 나눠본 적도 없는 군휘는 은정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모든 이유가 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군휘는 그 남성과 은정이 단순 친구 사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 차만 없었으면 은정이도 날 봤을 거야. 그 차가 뭐 대수라고. 외제차만 아니면 그 자식이 별 볼 일 없는 걸 은정이도 알텐데...’

 

군휘는 은정과 자신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벽은 외제차라고 생각했다. 생각의 확고함은 행동을 불러일으켰고 군휘는 얇은 점퍼를 입고 집을 나섰다.

 

좁은 동네라 그 남성이 어디 사는지 쯤은 지인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지인이 말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 도로에 괘씸한외제차가 보였다. 차량 번호도 확인해 둔 터라 군휘의 눈앞에 있는 차가 은정과 자신의 방해물인 그 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픽사베이

 

군휘는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모두 잠든 새벽이라 사람도,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군휘는 양쪽 주머니에서 시너와 라이터를 꺼냈다. 조용히 그리고 구석구석 외제차에 시너를 뿌렸다. 코를 자극하는 시너향이 군휘와 자동차를 휘감았다. 

 

잠시 후 아파트 앞 도로에 성난 불길이 일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외제차는 시너와 함께 활활 타올랐다. 차량 전체에 불길이 일자 군휘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군휘는 그 강렬한 불길이

은정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타오르는 것이거나

은정과 군휘의 유일한 장벽이 사라지는 정화의 불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 불길은 은정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아니고, 장애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 군휘 자신의 인생을 태워버릴 불길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사진=픽사베이

<기사 원문>  

30대 남성이 짝사랑 하던 여성과 친하게 지낸 남성의 외제차를 태워 경찰에 구속됐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시가 4000만원 상당의 외제차를 방화한 혐의로 A(31)씨를 7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구미시내 모 아파트 단지 앞길에 세워둔 B씨의 외제차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내 전소시켰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B씨가 고급 외제차를 타고 와 평소 짝사랑하던 여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화가나 자동차를 불태웠다고 진술했다. 

 

[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2015.07.07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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