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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인 패터슨 “석 달 안에 풀려날 줄 알았다”

수감 중인 패터슨 “석 달 안에 풀려날 줄 알았다”

기사승인 2015. 10. 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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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변호사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
패터슨 측 “홀어머니가 키운 한국 사람” 감정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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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더 존 패터슨이 검찰 관계자들에게 압송되고 있다./사진=최중현 기자
8일 오전 10시33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이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왔다. 쑥색 수의를 입은 패터슨은 지난달 23일 국내 송환 당시와 달리 말끔하게 면도를 한 채 나타났다.

짧은 머리에 젤을 발라 멋까지 부린 패터슨은 변호사와 검사에게 가벼운 목례를 했다. 그에게서 긴장감이나 불안감은 엿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피고인석에 앉은 뒤 여유 있게 방청석을 둘러봤다.

◇오병주 변호사 “패터슨은 홀어머니가 키운 한국 사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패터슨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국민적 관심사를 고려해 대법정에서 진행됐다. 2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법정은 재판 20분을 앞두고 자리가 꽉 찼다.

피해자 조중필씨(당시 22세)의 부모는 방청석 넷째 줄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18년 전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는 반대편 셋째 줄 방청석에 앉았다. 그는 자리에 착석한 뒤 옆 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피해자 부모는 어디 앉아 계시느냐”고 물어봤다.

재판이 시작됐고 판사가 “제가 하는 얘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묻자 패터슨은 “일부는 이해한다”고 답했다. 패터슨은 통역원이 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을 보였다. 통역원과 눈을 마주치며 묻는 말에도 또박또박 답했다.

패터슨의 변론을 맡은 오병주 변호사는 “당시 범행은 리가 환각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라며 “이후 리가 교묘하게 진술을 바꿔 패터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 변호사는 ‘패터슨은 한국사람’이라며 감정에 호소했다. 오 변호사는 “패터슨은 한국 국적의 어머니가 미국 군속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뒤 홀로 키웠다”고 패터슨의 가정사를 소개했다.

이어 오 변호사가 “거꾸로 리는 아버지도 한국 사람, 어머니도 한국 사람 자신도 한국 사람인데 미국 시민권을 얻어 미국 사람으로 행세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방청석에 있던 리의 아버지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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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국내 송환돼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는 패터슨 / 사진=정지희 기자 hee099@
◇ 패터슨 “석 달이면 풀려날 줄 았았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

오 변호사에 따르면, 서울 구치소에 수감 중인 패터슨은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재판이 얼마나 걸릴지 물어봤다고 한다. 오 변호사가 재판이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하니 패터슨은 깜짝 놀라면서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석 달 안에 풀려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패터슨은 변호사에게 ‘책과 음식을 살 수 있게 영치금을 넣어줄 수 있겠냐’는 편지를 썼고, 오 변호사는 영치금 100여만원을 넣어줬다.

패터슨은 ‘재판과 관련해 진술 기회를 주겠다’는 판사의 말에 “일사부재리 원칙과 공소시효에 관해서도 심리를 하시는 것인가”라고 물어봤다. 이에 판사가 “그렇다. 다 심리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자 패터슨은 “Thank you very much.”(감사합니다) 라고 답한 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어 판사가 다음 기일을 얘기하자 패터슨은 상체를 뒤로 돌려 재판정 벽에 달린 달력을 쳐다봤다. 첫 재판이 끝나자 패터슨은 오 변호사와 악수를 한 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법정을 나갔다.

한편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오후 10시경 서울 이태원 소재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피해자 조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패터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오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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