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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정상적인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칼럼] 비정상적인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기사승인 2016. 02. 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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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시중은행이 그들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일부 자금에 대해 이자를 주기는커녕 0.1%의 수수료를 떼기로 했다. 중앙은행에 개설한 시중은행의 계좌에 더 큰 숫자만 찍으면 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예치금이 더 많은 보관비용을 유발하는 것도 아닌데 더 많은 수수료를 물리겠다고 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시중은행들에 아예 지불준비금을 일정 이상 예치하지 말고 대출해주라고 명령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일본의 경기 상황이 나쁘고 소위 아베노믹스가 잘 통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오랜 기간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를 지속해왔다. 다행히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미국의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게 되자 그간 금융위기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실시했던 양적 완화가 초래할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금리인상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유럽과 중국, 일본 및 신흥국들은 아직 미국의 이런 정상화의 과정에 동참할 의사가 없거나 이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그 점을 보여주는 한 사례인 셈이다.

(화폐)이자율은 보통 양의 값을 가진다. 이자율이란 기본적으로 현재화폐와 미래화폐에 대한 교환비율로 사람들은 보통 현재를 미래보다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목숨이 유한하고 또 현재가 있어야 미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의 백만 원에 대해 1년 후 혹은 2~3년 후의 백만 원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명목이자율에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이자율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는 있지만, 명목(화폐)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될 수는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의 시중은행들도 수수료를 떼이면서까지 일본은행에 예치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아무튼 일본은행에 예치하지 않은 자금이 풀릴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일본증시가 반짝 반등했다.

이와 함께 여타 국가들에서도 일본은행처럼 돈을 더 푸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여타 국가들의 증시에서도 일시적 반등이 있었다. 이런 글로벌 증시의 일시적 오름세는 사람들에게 자산이 증가한 것 같은 기분을 줄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인위적인 금리 인하 조치와 통화량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은 결국 산업구조를 왜곡시키고 다시 거품을 만들어낸다. 통화 조작을 통한 경제문제의 해결 시도에는 이처럼 명백한 한계가 있지만 세계 각국은 아직 통화 조작의 주술로부터 깨어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각국의 통화정책이 빚어놓은 거품들이 언제든 국제금융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으로서는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갈지 어렵겠지만 몇 가지 방향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기업부채, 가계부채, 외채 구조가 국제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이나 금리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게 그 구조를 변경해 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국가적인 개입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위원회가 기업과 가계부채 문제에 올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음으로 우리도 일본은행과 같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하자는 ‘정치적 요구’가 있더라도 이를 잘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통화조작을 통한 경제회복은 정책설계자가 원하는 대로 민간이 움직일 것인지도 불확실하거니와 이는 현재의 문제를 미래로 미룰 뿐 구조조정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지연시키거나 오히려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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