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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의 고민…산은캐피탈 파느냐, 품느냐

이동걸 회장의 고민…산은캐피탈 파느냐, 품느냐

기사승인 2016. 02.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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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내 매각 재추진
'부실여신' 등 리스크로 인수자 찾기 난항
산은캐피탈-재무-현황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캐피탈 처리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산은캐피탈을 매각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인수희망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매각이 아닌 현상 유지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KDB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매각을 매듭지은 것과 달리 산은캐피탈은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취임한 이 회장에게 산은캐피탈 처리문제는 부실 기업들의 구조조정 업무와 함께 산은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어떤 방식으로 든 선결해야 할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올 1분기 내 산은캐피탈의 매각 공고를 다시 낼 예정이지만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캐피탈이 시장의 인기를 끌지 못하는 가운데 과거 신한캐피탈 사장으로 근무했던 이 회장의 이력이 산은캐피탈이 매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18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캐피탈은 여신전문회사로서 업무 영역이 매우 넓어 가능성 높은 회사”라며 “모회사인 산은과 연계돼 있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02년 사장 취임 당시 160억원 적자를 기록한 신한캐피탈을 2005년 순익 367억원으로 전환시킨 만큼 캐피탈사 경영에 일가견이 있다. 이런 이 회장이 산은캐피탈과 산은의 시너지를 언급한 것은 산은캐피탈을 무리해서 팔기보다는 자회사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산은캐피탈은 2014~2015년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만큼 수익성은 뛰어나지만 인수 매물로서의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사에 비해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금융 비중이 높아 리스크 부담이 큰데다 올해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부실여신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산은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은 지난해 9월말 기준 798억원으로 2014년(486억원)보다 6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50%에서 2.29%로 상승하는 등 여신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선박펀드에 후순위 채권 투자를 하는 점도 위험부담을 높인다.

산은캐피탈이 매각될 경우 ‘산업은행’ 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지 못하는 점도 매각 걸림돌로 꼽는다. 산은캐피탈은 산은 주관 신디케이트론 등의 전략을 구사했는데 산은과 떨어지게 되면 시너지 약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해 11월 산은캐피탈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받았으나 SK증권-YJA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1곳만 응찰, 매각 유효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최종 유찰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은 경쟁사와 달리 산은의 정책금융 성격이 있는 만큼 강점을 더욱 키워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은은 원칙적으로 장부가 5973억원 이하로는 팔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헐값 매각’ 논란에 직면하기 보다는 산은캐피탈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입찰이 이번에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넘어갈 수도 있어 가급적 수의계약을 피하고 공개입찰을 통해 처리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산은캐피탈의 처리 문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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