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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 구조조정과 ‘기간산업’이란 용어

[칼럼] 기업 구조조정과 ‘기간산업’이란 용어

기사승인 2016. 05.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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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구조조정의 시급성이 대두되면서 언론지상에 '기간산업'(key industry)이란 용어도 함께 등장했다.
  

학술용어는 아니지만 언론지상에서 사용되고 있어서 용어사전을 찾아보았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설명은 이렇다. "이 개념은 … 원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로부터의 특수품 수입의 두절로 영국이 곤경에 빠졌을 때, 한 나라 경제의 사활(死活)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한 나라 산업의 토대가 되는 산업을 말한다. 즉 철강·동 기타의 금속공업, 석탄·석유·전력 등의 에너지산업, 공작기계·조선·차량 등의 기계산업, 비료 ·소다 등의 화학공업, 광산업, 원료, 중요 생산설비 및 교통기관 산업 등 생산부문의 중추부문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국민경제의 발전을 좌우하는 열쇠이며,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산업이다."
 

요약하면 기간산업이란 과거에는 수입 두절 사태가 났을 때에도 오래 버틸 수 있게 할 산업이란 의미로 쓰였다가 지금은 한 나라 산업의 토대가 되는 산업이라는 약간 막연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 한 나라 산업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를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이라고 좀 더 엄밀하게 정의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움은 남는다. 세계화가 크게 진전되고 정보획득 비용과 운송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점차 세계는 국가를 넘어 전지구적 차원에서 분업과 협업을 하고 있다.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에 경계선을 그어서 전후방효과를 따지는 것이 국민들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지 깊이 생각할수록 어렵다. 최근 대학교들이 컴퓨터 코딩을 대학 필수교양 과목으로 문과학생들도 반드시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간산업인가.
 

경제학 원론은 기간산업과 같은 경계선을 함부로 긋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각각의 산업은 인간생활에 필요해서 시장가치를 가지는 '재화'를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모두 중요하다. 물이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이지만 다이아몬드에 비해 시장가격이 훨씬 낮은 이유는 인간이 직면한 선택 상황이 물 전체와 다이아몬드 전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이 1탱크만큼 있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식수와 음식물 만들기에 쓸 것이다.
 

또 다른 물 1탱크가 있다면 그보다는 덜 시급했던 수요들에 그 물을 배정할 것이다. 점차 물이 많아지면 청소하는 데도 쓰고 꽃에 물을 주는 데도 사용하고 물이 정말 많아지면 그야말로 "물 쓰듯" 할 것이다.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는 결국 특정 재화가 얼마나 공급되어 있느냐와 관계되며 그 재화의 물리적 특성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비록 중요해보이더라도 특정 산업을 비판 의식 없이 "기간산업"이라고 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막연하게 그렇게 부르면, 마치 이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특별한 보호나 특별한 지원이 당연한 것처럼 암시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언론지상에는 기간산업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표현을 자주 쓰면, 은연 중 아무리 부실해도 정부가 지원해서 반드시 살려놓아야 한다는 복선이 깔릴 수 있다.
 

아무런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게 부실을 키우지 않으면서 희소한 자원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인가 묻고 이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 15일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쉽지 않겠지만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찾아내어 잘 마무리하는 한편, 다시는 국민 세금으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도록 제도개혁에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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