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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제 특수’ 중국인 관광객 바라보는 아시아인들의 엇갈린 시선

‘춘제 특수’ 중국인 관광객 바라보는 아시아인들의 엇갈린 시선

기사승인 2017. 01. 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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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위키미디어
중국 최대명절 춘제(春節·1월 27일~2월 2일)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시아 각국이 중국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반감도 높아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저가 단체 관광 상품을 금지한 중국 국가여유국(관광국)의 지시 이후 태국을 향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있다. 저가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지난해 11월 태국에 도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해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태국의 민간 경제연구소 카시콘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2017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몬완 마후이차리야웡 카시콘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중국 여행사들이 패키지 상품을 정책에 맞게 변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관광객 감소 추세는 2017년 1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태국 정부는 ‘돈을 많이 쓰는 소규모 그룹의 중국 관광객’ 잡기에 나섰다. ‘관광대국’ 태국은 국내총생산(GDP) 3950억 달러(약 460조 원) 중에서 관광업이 약 11%를 차지할 만큼 관광업의 비중이 높다. 이러한 태국 관광업의 가장 큰 고객은 바로 중국인들로 지난해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1조 6400억 바트(약 54조 원) 가운데 중국 관광객이 지출한 금액은 4380억 바트(약 14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국가여유국이 정책을 발표한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태국의 GDP 성장 속도가 2.8% 느려졌다는 태국 통화청의 발표가 있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조치는 한국 관광업계도 공포에 떨게 했다. 지난해 중국 국가여유국이 여행사들에 한국행 패키지 관광객을 최대 20%까지 줄이고 한국 내 쇼핑을 일 1회로 제한하라는 구두지침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것이 한국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보도에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4달새 380만 명으로 오히려 증가했지만, 중국의 주요 패키지 여행사의 상당수가 국영이기 때문에 정부 방침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패키지 대신 개별 여행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비자 정책을 바꿈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시장조사업체 포커스라이트의 매기 라우크 아시아 관광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양안관계가 악화되면서 대만도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고충을 겪고 있다. 대만 영자매체 차이나포스트는 5일 ‘관광객 감소 추세를 끝내기 위해 전환적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집권 이후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인 관광객이 전해 동기 대비 44% 감소했으며 특히 단체 관광객은 50.4%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아시아 각국이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 홋카이도의 신치토세 공항에서 폭설로 인한 항공편 결항에 참지 못한 중국인 100여 명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인 영상이 매체를 통해 공개됐고, 이 영상을 본 일본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에 ‘야만인’‘범죄자들’‘짐승’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홋카이도분쿄대학(北海道文敎大學) 언론커뮤니케이션과 와타나베 마코토 교수는 “이곳 홋카이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현지인들이 중국 관광객들, 특히 중국 시골 출신 사람들이 매너를 지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반감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도 지난해 9월 한 식당에서 음식값을 내지 않고 나가는 것에 항의한 식당주인 안 모씨를 중국인 관광객 여덟 명이 집단 폭행해 뇌출혈에 빠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제주도 관광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태국에서도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치앙마이 공항에서 속옷을 말리는 영상 등이 매체를 통해 유포되며 태국인들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SCMP는 “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붙이는 수식어는 ‘공격적인’‘제멋대로인’‘시끄러운’‘무례한’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다낭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바나나를 파는 베트남 여성을 조롱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면서 반중감정이 심해져 일부 식당이 ‘중국인 보이콧’ 운동을 하기도 했다.

중국에 관한 여러권의 책을 펴낸 미국인 작가 피터 헤슬러는 아시아인들이 중국인 관광객에 적대감을 표하는데는 지정학적·역사적 요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슬러의 설명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200%나 증가한 이집트의 경우,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이 팁을 주지 않거나 부적절한 복장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집트인들은 이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관광객들이 같은 행동을 했을 경우 사람들의 공분을 샀을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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