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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인터뷰②] 백형훈 “‘뮤지컬배우’ 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 한 명 되고파”

[AT인터뷰②] 백형훈 “‘뮤지컬배우’ 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 한 명 되고파”

기사승인 2017. 01. 2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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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꿈은 뮤지컬배우로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자리까지 가보는 것, ‘뮤지컬배우’ 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에 백형훈이 꼭 나오는 것이다. ‘팬텀싱어’에서도 뮤지컬배우로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서 치열하게 했다.”

2010년 뮤지컬 ‘화랑’으로 데뷔한 백형훈은 군복무 2년여 공백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작품 속의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게 사는 것인지 많이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만난 캐릭터들에 고마움을 표할 정도로 뮤지컬배우로서의 현재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JTBC ‘팬텀싱어’ 인기로 인한 유명세인지 백형훈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생겼다. 그가 과거 아이돌 그룹을 준비했다는 것과 가수가 안 돼서 뮤지컬배우로 전향했다는 것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꾸밈 없고 상냥한 말투로 한 마디 한 마디 비문 없이 깔끔한 문장을 만드는 백형훈에게 다소 당황스러울 법한 질문을 던져봤다. 역시나 그는 거리낌 없이 정돈된 답변을 쏟아냈다. 그의 뮤지컬을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배우를 업으로 선택한 후의 진실된 얘기들을 통해 뮤지컬배우 백형훈 관련 ‘오해’는 곧 ‘이해’가 됐다.

- 한때 아이돌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그러다가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이돌을 준비한 건 아니었다. 그냥 가수가 꿈이었다. 그때가 10년 전인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세상 좋아졌구나’ 느낀다. 왜냐하면 두드릴 수 있는 문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런데 그때 당시만 해도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친구들은 그런 문을 두드릴 기회조차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유명한 기획사는 항상 열려있었으니까 그래서 도전했다. 오디션을 보면 반응들이 있지 않나. 어떤 한 기획사에서 반응이 있었던 것이고 여차저차 한번 해보자 했던 회사에서 아이돌 그룹이 나왔던 것이고 그러면서 나에 대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가수도 아이돌 가수나 댄스 가수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나는 노래하는 게 좋은 것이었는데 그 기획사의 색깔이 있으니까 춤을 준비해서 오라고 하더라. 어쨌든 열정을 보여야 되니까 정말 급하게 두 번 배워서 갔다. 내가 춤추는 영상이 엄청 돌아다니는데 좀 지워주면 좋겠다.(웃음) 사실 흑역사 없는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 뮤지컬배우로서의 현재에 만족하나.
“내가 가수가 꿈이었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면 ‘뭐야, 가수가 안돼서 여기 온 거야’ 하고 서운해 할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런 게 절대 아니다. 노래를 너무 하고 싶어서 5년 정도 팠다. 5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군대 두 번 갔다 와도 5년이 안 된다. 정말 하나만 했는데도 다 아니라고 하더라. 그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고달팠다. 부모님조차 반대하셨기 때문에 ‘믿어주는 이가 아무도 없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점점 ‘내가 헛된 꿈을 꾸고 있었구나’ 나 자신도 의심하게 되더라. 근데 그때 우연치 않게 만난 게 뮤지컬이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살아있음을 느끼는데 그 에너지가 엄청났다. ‘저게 뭐지’ 하고 알아보게 됐고 그때까지 해온 5년의 시간을 다 내려놨다. 미련을 갖고 온 게 하나도 없다. 내가 노래를 비용을 지불하며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좋아서 한 거라 더뎠기 때문에 안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뮤지컬은 그런 날것의 나를 받아줬다. 학교도 그렇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도 지원을 했는데 두 번이나 떨어졌다. 그런데 연기과는 한 번에 붙었다. 뮤지컬 오디션도 처음 간 작품에 한 번에 붙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내 길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에 대한 미련 정말 하나도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꿈은 뮤지컬배우로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자리까지 가보는 것, ‘뮤지컬배우’ 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에 백형훈이 꼭 나오는 것이다. ‘팬텀싱어’에서도 뮤지컬배우로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서 치열하게 했다.”

영상 편집=이홍근 기자, 공연영상 제공=모먼트메이커

- 뮤지컬배우로서 성격적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성격적으로는 그렇게 딱 맞는다는 느낌은 사실 없다. 왜냐면 뭔가 나서기 좋아하고 좀 더 외향적인 성격이어야 하고 일단 부끄러움이 1도 없어야 되는 직업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부끄러워하는 게 조금 있기도 하고 낯도 좀 가린다. 하지만 나의 장점은 시키면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늘더라. 그렇게 해냈을 때 ‘나도 할 수 있네’ 알게 되는 것 같다. 정말 타고난 분들이 있더라. 그런 분들은 사실 좀 부럽다. 나는 약간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사람은 다 여러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고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뮤지컬은 노력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영리하게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연기 인생이 길진 않지만 혹시 인생캐릭터를 만났나.

“일단 첫 번째로 생각나는 건 ‘트레이스유’의 ‘본하’다. ‘본하’ 하면서 ‘백형훈이 저런 것도 잘 하네. 정말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 제일 많이 들었다. 심지어 내 팬들도 불안해 하셨다. 그래서 잘해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다. 연습하면서 하길 잘했다고 느꼈다. 정말 내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들이어서 많이들 좋아하셨다. 나머지 캐릭터들도 다 하나씩 남기는 게 있다. 옛날에 ‘쓰릴미’ 끝나고 소감 말할 때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작품 속의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게 사는 것인지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 끝나면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 같다. ‘이것만 인생캐릭터’라고 말하기엔 다른 캐릭터한테도 고마운 게 많다.”

-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늘 하는 말이긴 한데 아직까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 같진 않다. 작품 속에서 ‘나’라는 인물이랑 감성적으로 닿는 게 있기 때문에 나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이 아니고 그 작품과 배역이 갖고 있는 기준에 내가 맞으면 하는 것 같다. 대신 그 작품 안에서 내가 맞는지, 넘버는 좋은지, 그 넘버가 드라마와 맞는지는 본다. 텍스트가 내 안에서 널뛴다고 생각하면 선택하기 힘들 때도 있다. 처음과 끝의 타당성이 없거나 납득이 안 될 때는 많이 물어보고 선택한다.”

- 함께 호흡 맞춘 배우 중 다시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
“많다. 했던 배우들은 거의 다 맞는 편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운이 좋았다. 잘하는 배우들이 있는 작품에 내가 신인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 연락 많이 못했는데 진선규 형과 같이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선규 형이 뮤지컬을 잘 안하는 것 같아서.(웃음) 정욱진이랑은 ‘트레이스유’에서는 같은 배역을 했는데 파트너로 한번 해보면 좋겠다.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 ‘구텐버그’ 같은 것을 하면 어떨까. 그런데 아마 작품이 산으로 갈 것 같다. ‘우리 둘이 쓰릴미 하면 박용호 대표님이 다신 시키지 않을 걸’ 이런 얘기를 했다. ‘트레이스유’를 같이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고상호 형도 지금 다른 배역으로 만나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누굴 딱 짚어서 얘기하기엔 너무 많다.”

- 그럼 같이 연기해보지 않은 이 중 꼭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뮤지컬배우는 누구인가.
“연기 같은 경우는 잘하는 분들과 되게 많이 했다. ‘넘버 소화력’ 하면 떠오르는 분들과는 아직 상대 배역으로 만나지 못했다. 마이클 리 선배님과도 대립하거나 화합하는 상대 역할을 해보고 싶다. 또 박은태 선배님, 홍광호 형과 듀엣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 아직 데뷔 8년차지만 곧 10년이 된다. 머지않은 데뷔 10주년까지의 목표가 있다면.
“이 얘기는 극장을 나누는 건 아니다. 결국에는 대중들도 많이 알고 계시는 뮤지컬을 보면서 나도 뮤지컬의 꿈을 키웠다. 하면서 중소극장에도 너무 좋은 작품들이 있고 어떤 문화인지 알게 됐기 때문에 그 문화 속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꿈이 있다면 내가 해보고 싶었던 작품의 내가 하고 싶었던 배역을 하나씩 해보고 싶다. 서른한 살이 되면서 나한테 중요한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도 있고 ‘지킬 앤 하이드’를 보면서 뮤지컬의 힘도 느꼈다. 딱 이름 댔을 때 알만한 작품에 내 이름을 올려보는 게 목표고 10주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뮤지컬배우’ 하면 내 이름이 거론되면 너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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