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 행보에 다시 한번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현대차가 양산 전 신차의 상품성을 사전검증하는 ‘파이롯트(Pilot)’ 담당 조직을 상용 부문으로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가 상용차 품질 개선의 핵심조직인 파이롯트센터 재편에 고삐를 죌 가능성도 열어두게 됐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상용 부문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파이롯트 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10명 내외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작은 팀이지만, 신차의 개발단계와 공장의 양산단계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내외 어떤 공장에서 제조되더라도 현대차 상용차의 품질과 상품성을 유지함으로써 현지 시장 장악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롯트센터는 설립 단계부터 정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곳으로 유명하다. 생산공정 점검을 위해 생산라인까지 설치하는 것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독특한 시스템이었다. 정 회장이 파이롯트센터를 PDI(Pre Delivery Inspection)로 부를 만큼 ‘마지막 점검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5년 당시 1200여억원을 투자해 파이롯트센터를 2개 동으로 늘리고, 연구 인력도 500여명으로 대폭 확충했다. 현재 정홍범 현대차 전무가 이끌고 있는 파이롯트센터는 소속 연구원들이 품질 차원에서 신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차는 파이롯트센터를 도요타자동차의 글로벌생산추진센터(GPC)를 능가하는 조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현대차는 내수 1위 상용차 업체로서 수입 상용차 업체의 공세를 방어하고, 베트남·필리핀 등 주요 수출국으로 납품하는 신차의 품질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판매 10만5000대를 달성할 것”이라며 “상용차 성장 잠재력이 높은 개발도상국으로의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