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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여진이 덮친다면…모호한 정부 대응기준에 ‘혼란’ 우려

수능날 여진이 덮친다면…모호한 정부 대응기준에 ‘혼란’ 우려

기사승인 2017. 11. 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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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부 수능시험장 4곳, 남부쪽 4곳으로 교체…포항 밖 예비시험장 12곳
예비소집 전 여진시 각자 예비시험장으로‥22일 이후면 포항 시험장 집결
대처 기준 모호…감독관 주저하면 대피 골든타임 놓칠 수도
지진 피해 잊고 다시 등교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등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연합
정부가 23일 치러지는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지진 진앙지와 가까워 피해가 우려되는 포항 내 시험장 4곳을 피해 우려가 덜한 남부지역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지진의 규모와 진도 세기에 따른 세부 대응 지침을 마련하기보다 현장 감독관의 판단에 맡겨 자칫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독관이 진동을 느끼지 못해 대피를 주저하면 대피 골든타임을 놓쳐 자칫 큰 인명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능시험장(시험장)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교육부는 기존 포항 내 시험장 14개교 가운데 지진 진원지와 가까워 비교적 심각한 피해를 본 북부지역 4개교 대신, 지진이 난 곳과 먼 남부지역에 대체 시험장을 설치한다. 지진 피해가 심해 시험장 지정이 취소된 북부 시험장은 포항고·포항장성고·대동고·포항여자고 등 4곳이며, 이를 대체해 시험장으로 쓰일 남부지역 학교는 포항제철중·오천고·포항포은중·포항이동중 등 4곳이다. 포항지역 수험생 6098명 중 2045명이 바뀐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게 된다.

정부는 포항 시험장에 대한 안전 정밀검사 결과, 지진 피해가 없는 울진고와 영덕고를 제외한 나머지 시험장 12곳 모두 구조적 위험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피해가 심했던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이 심리적 불안을 겪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시험장을 바꾸게 됐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여진 등 만약의 비상상황에 대비해 교육부는 경북 영천과 경산 등 포항 인근에 예비시험장 12곳을 준비했다. 우선 수능 예비소집일 전후로 지진 발생에 따른 대응 가이드라인을 달리 했다. 오는 22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포항 예비소집일 이전에 여진이 일어나면 예비시험장으로 각자 이동하거나 학교별 단체이동이 이뤄진다. 예비소집 이후나 수능 당일인 23일 입실시간 오전 8시10분 이전에 여진이 발생하면 시험 당일 포항 내 시험장에 집결해 버스를 타고 예비시험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특히 수능시험 도중에 여진이 발생하면 정부가 마련한 ‘수능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매뉴얼에 따라야 한다. 이 매뉴얼은 ‘가·나·다’ 3단계로 이뤄졌다. ‘가’ 단계는 진동이 느껴지나 경미한 상황인 경우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 치르고 ‘나’ 단계는 경미한 상황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상황일 때 통보된다. 일단 시험은 일시 중지하고 책상 아래로 대비한 뒤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 시험 재개가 원칙이다.

진동이 커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다’ 단계는 시험이 일시 중단되고 운동장으로 대피하도록 돼 있는데, 시험실 감독관 지시에 따라 시험이 중단됐다 재개된 시간만큼 시험 종료시각이 늦춰진다. 이때 수험생들은 감독관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만약 감독관 지시에 따르지 않고 교실을 무단 이탈하면 ‘시험 포기’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러한 3단계 지침에 명확한 대처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아 시험실 감독관마다 다르게 판단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단계별로 판단하는 기준인 진동(흔들림)은 개인마다 다를 수도 있다. 특히 시험 중에 규모 4.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더라도 감독관 개인이 대피를 주저하게 되면 대피 골든타임을 놓쳐 자칫 큰 인명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다. 감독관 개인에 맡겨두기보다 지진 규모나 진도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피하는 과정에서 시험문제 정답을 논의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시험의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재시험 요구도 빗발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시험장 총책임자는 학교장(수험장)”이라며 “학교장은 시험실 감독관 의견을 종합해 포항교육지원청에 설치된 본부로 핫라인으로 연락하게 된다. 수능 날 포항교육지원청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경북도교육감이 상주하며 비상상황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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