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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폭력 예방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칼럼] 학교폭력 예방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기사승인 2018. 01.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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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박효정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전통적 가치관·가정의 붕괴 등 최근 우리 사회의 변화로 인해 스트레스·학교폭력·자살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러한 학교폭력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노르웨이·핀란드·일본 등 외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겪어 왔다. 이들 국가들은 일찍부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국가차원에서 다양한 예방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핀란드 키바(Kiva) 프로그램과 노르웨이 올베우스(Olweus) 프로그램이다.

1990년대 핀란드는 학생 간의 괴롭힘 발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2006년 Kiva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발생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피해학생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회복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방관자의 역할을 중시해 공감능력과 피해자를 도울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 함양과 잘못된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2007년 시범적으로 도입된 Kiva 프로그램은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핀란드 학교 중 90% 이상이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이 21~63% 하락하고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함께 줄어들었다. 특히 한 초등학교에서는 따돌림이 67%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르웨이는 교육부 주도로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Olweus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방적인 차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적용되는데 학생들의 부적절한 행동과 태도를 감소시킴으로써 친사회적 관계 및 행동을 향상시키고 학교폭력 발생에 대한 무관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다.

이처럼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학교폭력 예방활동과 초기 개입이 함께 이루어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가수준의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을 개발해 모든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학생의 인성과 사회성 함양 교육이 미흡했음을 주목했다. 이에, 학생들의 정서와 사회성 등 심리사회적인 역량과 소통, 공감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국가수준의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2013년부터 학교폭력 예방에 필요한 6개의 핵심역량을 모듈로 구성한 총 96종의 어울림 프로그램을 현장에 적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심리·사회적 역량과 적극적 방어자 역할을 함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13년 302개 학교에 적용한 결과, 학생들의 심리 사회적 역량, 학교폭력 도움 행동, 학교생활 및 친구관계 향상 효과가 있었으며, 이러한 성과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 예방교육 우수학교의 경우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어울림 기본 및 심화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감정조절능력과 의사소통 역량이 크게 향상됐으며 프로그램 운영 전보다 학교폭력 예방역량이 10%가량 올랐다. 특히, 학교생활과 친구관계 만족도는 25%가량 상승해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서울에서 열린 학교폭력예방 국제세미나에서 핀란드 Kiva 프로그램 개발자인 사나 허카마(Sanna Herkama)는 학교폭력 예방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생들의 심리·사회적 역량과 학교폭력 대응 역량은 100m 달리기처럼 단기간에 향상되기 어렵고 마라톤과 같이 오랫동안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핀란드처럼 우리나라도 국가가 학생들의 인성·사회성·정서 등 근본적인 가치를 긍정적으로 함양하고 변화시키는 일에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

국가수준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인 어울림 프로그램이 지속적인 국가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전국의 학교에 확대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학교폭력 예방은 다함께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실천해 가는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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