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놓고 충돌

헤일리 유엔 미국대사 "러, 지속적·광범위하게 북의 불법적 정유제품 획득 도와"
"대북제재 완화, 적절하지 않은 때"...러 "제재가 외교 대체 못해"
중 "힘 의존하면 재앙적 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여부를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17일(현지시간) 충돌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제재위반 증거가 있다면서 북한이 불법적으로 정유제품을 획득하도록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헤일리 대사가 이날 회의에서 조태열 주유엔 한국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욕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여부를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17일(현지시간) 충돌했다.

이날 회의는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관여돼 있다’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수정해 이사국에 제출하도록 한 것을 논의하기 위해 9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의 요구로 긴급 소집됐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가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대북제재 준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제재위반 증거가 있다면서 북한이 불법적으로 정유제품을 획득하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의 제재위반은 일회성이 아닌 체계적”이라면서 “러시아는 제재위반을 멈춰야 하고, 제재위반 증거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이사국은 (러시아의 수정안이 반영되지 않은) 당초 보고서의 발표를 대북제재위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이 올해 1~8월 정유제품을 불법으로 수입하기 위해 해상에서의 ‘선박 대 선박’ 환적을 최소 148회 실시했다며 이는 최소 80만 배럴 이상으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정한 50만 배럴의 상한을 60% 이상 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미 간에 “어렵고 민감한 회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시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때(wrong time)”라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가 왜 (과거) 11차례나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하고 물러서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우리는 그 해답을 안다. 러시아가 (그동안) 속여왔고, 그들은 이제 잡혔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북한을) 건설적인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면서 “장애물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만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재는 외교를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협상은 “쌍방향 길이 돼야 한다”면서 북한이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못하면 합의는 불가능하다며 북미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사실상 촉구했다.

네벤쟈 대사는 안보리가 남북 협력사업에 잠정적인 제재 면제를 위해 대북제재위에 ‘특별한 조건’을 둘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대북 압박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했다.

마차오쉬(馬朝旭) 중국 대사는 중국은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면서도 “북한과 대결하는 것은 막다른 길(dead end)이 될 것”이라며 “힘에 의존하는 것은 재앙적 결과 외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 13일 “(대북제재위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해 독립적이어야 할 보고서에 수정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대북제재위는 8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관여돼 있다고 명기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 등으로 정제유 등 금수품목에 대한 밀매를 지속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북제재위는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의 수정 요구를 반영한 보고서를 안보리 이사국에 제출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가 유엔 보고서 내용을 바꾸고 방해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의 행동을 허용하면 대북 제재망이 너슨해진다며 안보리 회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