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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종교 갈등 드러내…亞, 소수 종교 차별 심화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종교 갈등 드러내…亞, 소수 종교 차별 심화

기사승인 2019. 04. 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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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교회와 호텔 등을 타깃으로 한 폭탄 테러가 발생, 많은 사상자를 냈다.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날이며 교회를 찾는 교인들이 가장 많은 날 중 하나인 부활절에 발생한 이번 폭탄 테러는 스리랑카의 종교적 소수파인 기독교 커뮤니티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스리랑카에서 기독교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차별, 더 나아가 아시아 전역에서 종교 근본주의에 근간을 둔 정치 단체들이 득세하면서 나타나는 종교적 소수자 박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아직까지 스리랑카 부활절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나 개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폭탄 테러는 스리랑카에서 차별받는 소수집단인 기독교 공동체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사건 이후 국민들에게 종교를 뛰어넘은 화합과 통합을 촉구했다. 만갈라 사마라위라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비극의 한가운데서도 사람들이 앞다퉈 헌혈을 하며 연대하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불교·기독교·힌두교·이슬람교, 그리고 그 밖에 다른 모든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며 모두 같은 피, 같은 측은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우리 모두가 가진 인간성(humanity)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리랑카 인구 약 2140만명 가운데 가톨릭과 복음주의 개신교 등 기독교인은 7.6%에 불과하다. 2012년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종교는 불교로 국민의 70%가 불교도로 나타났다. 그밖에 힌두교도가 12.6%, 이슬람교도가 9.7%로 조사됐다.

스리랑카에서 이번처럼 교회를 겨냥한 대규모의 공격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소수 기독교인들이 폭력과 차별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스리랑카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루키 페르난도는 트위터에 “지난 11주 간 일요일마다 스리랑카 전역에 있는 교회들이 어떤 종류의 방해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전국기독교복음주의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스리랑카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과 위협·폭력이 발생한 것은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건만 86건에 달했다. 올들어서도 벌써 불교 승려에 의한 교회 예배 방해 등 26건의 기독교 차별 사건이 발생했다.

기독교도만 타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 소수파인 이슬람교도 역시 박해를 받고 있다. 2013년 콜롬보의 한 이슬람 모스크를 불교 극단주의 폭도들이 공격, 12명이 다친 바 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의 아마르나스 아마라싱암 선임연구원은 “무슬림과 극단주의단체 연관설, 무슬림 과격화에 관한 루머들이 다수파의 무슬림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핑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스리랑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 종교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정치 세력이 득세하면서 소수 종교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인도에서는 힌두교 민족주의 정당인 집권여당 인도인민당(BJP)이 은근히 종교집단 간 대립을 부추기면서 소수파인 무슬림들이 린치를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는 무슬림인 로힝야족이 인종청소에 가까운 박해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도 정치인들이 보수진영의 표를 얻기 위해 강경 무슬림 노선을 취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독교도였던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전 자카르타 주지사는 연설에서 코란 구절을 인용했다가 불경죄로 20개월을 복역하고 올해 석방됐다. 그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대통령도 그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오히려 지난 17일 치러진 대선의 승리를 위해 무슬림 종교 지도자인 마루프 아민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골라야 했을 정도. 종교의 정치화가 만들어내는 음습한 현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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