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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규모의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12종의 설정액은 총 4875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7820억원이던 설정액이 16개월 만에 2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KTB코스닥벤처펀드 A클래스’의 설정액은 1234억원이다. 이 펀드의 1년간 수익률은 -10.26%까지 떨어졌다.
코스닥벤처펀드의 1년 동안 수익률을 살펴보면 ‘브레인코스닥펀드’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펀드’를 제외한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A’(-13.07%),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A’(-15.78%), ‘KB코스닥벤처기업증권투자신탁 2(주식혼합)A’(-16.83%), ‘KB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A’(-16.98%) 등이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중 펀드자산의 15% 이상은 벤처기업의 신규 발행 주식이나 무담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면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주 우선 배정, 투자금액의 3000만원까지 10%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기대감에 두 달 만에 3조원 가까이 자금이 몰렸다. 출시 초 코스닥벤처펀드 인기몰이의 배경엔 세제 혜택이 컸다. 하지만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세제 혜택 효과도 보기 힘들게 됐다.
코스닥벤처펀드가 낙제점을 받게 된 건 코스닥시장 상황 때문이다. 올해 초 코스닥지수가 700선에서 상승세를 보이자 4월 코스닥벤처펀드의 연 초 이후 수익률도 10% 안팎을 기록했다. 이후 6월 말 코스닥이 700선을 밑돌자 펀드 수익률 역시 악화했고, 설정액이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이 미중 무역갈등으로 시장이 부진하고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폭락 등으로 하락을 면치 못하면서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메자닌 의무 투자 조건도 인기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메자닌 비중이 적지 않다.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단기간에 CB 수요가 몰리면서 제로금리 CB까지 발행됐고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이자율 0%의 채권은 발행사의 주식이 상승하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주식시장이 침체되면 채권 보유에 따른 실익은 전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가 투자 조건을 채우기 위해 코스닥·벤처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대거 사들였다”며 “급증한 CB가 주식으로 전환 시 과도한 물량이 쏟아지면 코스닥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해 펀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