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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1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는 많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을 바짝 쫓아가고 있는 중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그렇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 액수가 외환위기를 막을 최저치로 인식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자꾸 줄어든다는 것은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은 2조달러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는 외채가 엄청나게 많은 편이다. 잘못하다가는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흐름이 당분간 개선될 여지는 적다. 무엇보다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탓에 자본 유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비관적인 관측통들은 3조달러가 무너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샹쑹쭤(向松祚) 런민(人民)대학 교수는 “외환보유고 3조1000억달러도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외채에다 미국 국채에 투자된 것까지 감안하면 가용 외환은 얼마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 중국은 정부, 기업, 개인의 트리플 부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기업이나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까지 포함하면 외환위기는 눈앞에 와 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부정적으로 분석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제 수지가 지속 흑자인 걸 긍정 요인으로 본다. 미·중 무역전쟁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역시 호재로 꼽을 수 있다. 어떻게든 3조1000억 달러를 보유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 마지노선이 깨질 경우 자본 유출과 위안화 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2014년 중반부터 2017년까지 위안화 방어를 위해 1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외환 보유 상황이 불안하기는 해도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