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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약장수 쇼’에 미 보건당국도 경고음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약장수 쇼’에 미 보건당국도 경고음

기사승인 2020. 04. 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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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19 치료, 말라리아 예방·치료제, 소독제 주입, 자외선 노출 주장
미 대학,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여 환자군 사망률 2배 높아
CDC "가정용 세제·살균제, 건강 문제 일으킬 수 있어"
Virus Outbreak Trump
미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책임지는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처방’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테스크포스(TF) 브리핑을 하는 모습./사진=워싱턴 D.C.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및 치료 방법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대해 말라리아 예방·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 복용, 소독제 주입 검토와 자외선 노출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제 및 치료 방법을 제시해왔다.

이에 CNN방송은 “트럼프의 옛 서부 떠돌이 약장수 쇼를 보라”고 비꼬았다. 돌팔이식으로 ‘처방’을 주장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비판인 셈이다.

◇ 미 식품의약국(FDA)·질병통제예방센터(CDC), 트럼프 대통령 제시 코로나19 ‘처방’에 부작용 경고

미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책임지는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처방’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을 처방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심각한 심장 박동 문제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다며 이 약품들은 병원이나 임상 시험에서만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미 보훈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거나 숨진 환자들의 의학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한 환자군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의 2배가 넘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은 코로나19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FDA는 코로나19 환자가 이 약물을 투여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심실 빠른맥이나 심실세동 등 위험할 정도로 빠른 심장 박동이 있으며 심각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 대학 연구 결과, 트럼프 대통령 ‘게임 체인저’ 극찬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여 환자군 사망률 2배 높아

아울러 미국 뉴욕시의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한 결과, 효능이 없었다는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전날 밝혔다.

올버니 소재 뉴욕주립대 공중보건대학의 데이비드 홀트그레이브 학장은 “통계학적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한 코로나19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의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은 뉴욕시 보건부 후원으로 뉴욕시 22개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약 600명에 대해 이뤄졌고, 총 1200명에 대한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께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전세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한 약물이다.

FDA는 다만 이런 부작용은 의료 전문가들이 병원이나 임상 시험에서 환자를 면밀히 관찰하고 감독하면 완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FDA는 앞서 지난달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에 대해 비상사용을 승인했었다.

◇ CDC “가정용 세제·살균제, 건강 문제 일으킬 수 있어”...트럼프 대통령, 살균제 주입 발언

CDC는 이날 트위터에 “가정용 세제와 살균제는 적절히 사용하지 않을 경우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제품에 표기된 지시사항을 따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 코로나19 테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살균제 주입 발언을 불쑥 꺼낸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표백제가 침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는 연구 결과에 흥미를 보이며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살균제 제품 라이솔 제조업체인 레킷벤키저도 이날 어떤 상황에서도 인체에 주입하거나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발표했다.

◇ 독일 정부, 트럼프 대통령 제시 자외선 노출 치료 방법에 “환자, 태양 노출 안돼”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제시한 자외선 노출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독일 연방방사선보호청(BfS) 대변인은 “자외선은 신체의 면역 방어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면서 “어떤 병에 걸렸든 아픈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태양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의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2월 10일 백악관에서 “많은 사람이 그것(신종코로나)이 4월에 열기(heat)가 오면 그 열기와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전형적으로 그것은 4월에 사라질 것”이라며 그 나흘 전 전화 통화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월까지나 4월 내에, 일반적으로 말해서 열기가 이러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느낀다고 말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보다 스카프가 더 낫다’며 ‘스카프 대용론’까지 제시하며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에서 보여주듯 과학적 근거보다 경험과 측근에 조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을 의식하듯 “나는 의사가 아니다”,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없다”, “잃을 게 뭐가 있느냐”는 말을 반복하면서 ‘경험치’에 따른 치료제와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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