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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영 칼럼] 코로나19 사태와 신(新) 군사전략

[진호영 칼럼] 코로나19 사태와 신(新) 군사전략

기사승인 2020. 05.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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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국방경영연구소 연구원·예비역 공군 준장
군, 국가안보 차원에서 '비전통 위협' 대비 절실
국군의무사령부·화생방사령부 중심 대응체계 정립
군, 감염병 평시부터 계획세워 국가방역체계와 결합
진호영 장군
국민대 국방경영연구소 연구원·예비역 공군 준장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쟁을 하고 있다. 작은 바이러스가 최첨단 무기보다도 더 인류를 위협하는 것 같다. 전 세계에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30만명을 육박하고 있고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는 올해 1000만명이 숨질 수도 있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 때 전사자가 1000만명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차 대전과 같은 수의 희생자가 나온다면 전염병이 전통적 전쟁보다도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경우가 많았다. 무적이던 로마 군단은 안토니우스 역병에 무너졌고 십자군은 전투에서 이기다가 전염병으로 전세가 꺾여 수차례 퇴각하기도 했다.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때 페스트로 병력 50%를 잃고 전쟁을 포기했고 잉카제국은 스페인 군대가 아니라 천연두로 무너졌다. 우리는 그동안 전쟁사에서 이런 심각한 생물학적 위험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웬만한 나라의 해·공군력을 능가하는 미국 항공모함 루스벨트호가 총알 한발 날아오지 않았는데 승조원 15%가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작전을 중단했다. 프랑스 샤를 드골 항공모함도 승조원 절반이 감염돼 훈련에서 철수했다. 원시적 생물이 거대한 군사력을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것을 보며 우리는 다시 놀라고 있다.

◇군, 국가안보 차원에서 ‘비전통 위협’ 대비 절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로 생화학 전쟁이 새롭게 부상할 것이다. 화학무기 5kg이면 수분 안에 수십만 명을 살상할 수 있고 탄저균 생물무기 100kg이면 100만명을 살상할 수도 있다. 불행히도 우리 주변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화학능력 국가들이고 북한은 세계 3위의 생화학무기 보유로 핵무기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 군은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와 각 군의 화생방 부대가 생화학전을 대비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의 방호태세가 북한의 위협에 충분한지 염려가 된다. 우리는 작전영역 대비 화생방 조직이 열악하고 치료 능력이 충분치 않으며 일부 백신은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감염병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19보다 수천 배 수만 배 위협이 되는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확실한 생존 전략과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이버 테러와 홍수, 지진,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도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이런 비전통적 위협이 국가안보의 중요한 요소가 돼 간다. 우리 군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런 비전통 위협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응체제가 주도하더라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최후의 보루로서 우리 군도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미국의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침수,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시 모두 군이 투입돼 재난을 극복했다.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 감염이 급증하는 뉴욕 주에 해군의 대형 병원선과 군의관을 투입하는 등 재난 대응에 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이번 코로나19 방역과 의료 현장에 군 병원 의료 인력을 30%까지 투입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은 임관하자마자 대구 코로나 현장에 투입됐다. 군의장교들은 군사훈련도 미루고 조기 임관시키는 등 전시에 준한 군 의료자원을 동원한 바가 있다.

◇국군의무사령부·화생방사령부 중심 대응체계 정립

하지만 재난 대응은 지금까지 군의 부수 임무라는 개념이 강하다. 다행히 국방부는 지난달 국방개혁 2.0 추진점검회의에서 비전통 위협에 대해서도 군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전염병은 물론 재난·테러 등의 비전통 위협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국군의무사령부와 화생방사령부 중심의 대응체계를 정립하고 관련 법령의 보완도 검토한다고 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비전통적 위협을 포괄적 안보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군대로서 올바른 정책방향으로 보인다. 군이 감염병에 대해서도 전쟁을 하듯이 평시부터 작전계획을 세워 훈련하고 대비태세를 평가하며 국가 방역체계와 결합하면 국민안전이 대폭 증강될 것으로 본다.

또 유사시 특성화 예비군(화생망·EOD·의무 등)을 동원한다면 대형 재난 때 필요 인력을 단기간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 위험한 지역에서 속전속결하면 살고 속전속결하지 못하면 망한다고 했다(疾戰則存 不疾戰則亡者 爲死地).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골든타임 안에 초동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전염병 위험 때 속전속결을 위한 초동대응 전력으로 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유행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 군에도 신(新)군사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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