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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서 납치된 태국 反정부 활동가, “가짜뉴스”에서 “수사 착수”로

캄보디아서 납치된 태국 反정부 활동가, “가짜뉴스”에서 “수사 착수”로

기사승인 2020. 06.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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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활동가 완찰레암 삿삭싯, 캄보디아 프놈펜서 납치돼
캄보디아·태국 처음엔 "가짜뉴스"…진상규명 요구 빗발치자 캄보디아 "조사 착수"
'국왕모독죄' 형법 112조 폐지·반정부 인사 탄압 문제 비판 ↑
CAMBODIA-THAILAND/DISAPPEARANCE <YONHAP NO-2923> (REUTERS)
지난 12일 태국 방콕 정부 청사 앞에서 캄보디아에서 납치된 반(反) 정부 활동가 완찰레암 삿삭싯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대의 모습./사진=로이터·연합
열흘 전 캄보디아에 도피중이던 태국 반(反)정부 활동가가 납치돼 행방불명이 된 사건과 관련, 태국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태국과 캄보디아 정부는 납치사건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대응했으나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캄보디아 당국이 사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의 지난 5일 발표에 따르면 태국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며 국왕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던 활동가 완찰레암 삿삭싯이 캄보디아에서 무장 괴한들에 의해 차량으로 납치됐다. 완찰레암은 탁신 친나왓 전(前) 총리를 지지하는 단체인 독재저항민주전선연합(UDD)과 연계해 활동하다 2014년 쿠데타가 발생하자 캄보디아로 몸을 피했다.

납치 소식이 알려지며 즉각 배후에 태국 정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5일 방콕 시내에서는 납치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완찰레암의 여동생인 시타난은 태국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고 HRW도 캄보디아 정부가 “완찰레암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일 태국 내무부 대변인은 “HRW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다. 그곳에는 가짜뉴스가 많다”고 대응했다. 캄보디아 당국도 납치 사건에 대해 “가짜뉴스”란 반응과 함께 “우리가 모르는데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가”라고 대응해 논란을 키웠다. 양국 당국의 이같은 대응에 온라인에선 태국의 군주제 비판을 금지하는 현행법과 쁘라윳 총리를 위시한 집권 왕당파 군부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45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국왕·왕비와 왕위 계승자 또는 섭정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자를 최대 15년의 징역에 처하는 ‘왕실모욕법’인 형법112조의 폐지를 요구하는 해시태그 ‘#Abolish112 ’를 사용해 해당 법의 폐지와 함께 태국 정부에 대한 비판에 가담했다. 태국 당국은 2014년 쿠데타 이후 인근 국가로 도피한 반정부 인사들을 체포하기 위해 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정부에 해당 인사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해 왔다. 행방불명된 반정부 활동가들도 최소 8명이고 일부는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들을 포함해 수많은 반체제 인사들이 기소된 죄목이 형법 112조 위반이다.

태국 내 유명 인사들도 해당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평소 로힝야 난민문제 등 인권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영화배우 겸 모델 쁘라야 룬드버그는 “UNHCR(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서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에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라며 회피해 논란이 됐다. 미국 전역에서 확산 중인 반(反) 인종차별 운동인 ‘블랙 라이브즈 매터’에 대해선 목소리를 냈던 그녀가 침묵하자 “위선적”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반면 2017년 미스 유니버스 태국 대표였던 마리아 푼럿랍 에렌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그(완찰레암)의 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무언가 말할 수 있을 만큼 이 사건에 대해 충분히 알지는 못하지만, 일이 잘못되고 있으며 태국 국민과 함께 대답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완찰레암 실종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태국 시민들이 주태국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며 그가 납치 직전 “숨 쉴 수 없다”고 남긴 말과 함께 권력에 의한 ‘강제된 실종’이란 점을 강조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캄보디아 당국도 9일 사건의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태국 야당도 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돈 쁘라뭇위나이 외무장관은 “완찰레암이 정치적 난민 지위가 없었으며 UNHCR(유엔난민기구)의 정치 난민 명단에도 없었다. 그는 국제·안보 측면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위협으로 간주되어선 안된다”고 답변했다. 그는 실종 문제에 대해 캄보디아가 조사에 착수했으니 “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캄보디아에 사건 추적을 요청하는 것이며 답변을 받기 전까지 그의 소재지에 대해 추측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캄보디아 당국도 우선 “완찰레암이 2017년 말 비자가 만료됐고 갱신을 하지 않아 어딨는지 파악할 수 없다. 그를 체포하라거나 추방해달라는 태국의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태국의 방콕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이 사건을 “태국 인권 기록에 대한 또 다른 검은 얼룩”이라 평가했다. 타이 인콰이어러도 정치적으로 서로 간섭하지 않겠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들이 어떻게 반정부 세력 탄압에 협력했는지 다루며 “아세안의 목적과 존재에 의문을 제기할 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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