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p20200622160943 | 0 | 출처=2019 국가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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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으로 시행한 인권실태조사에서 국민의 10명 가운데 8명이 혐오 표현에 대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국가인권실태조사는 지난해 8월20일부터 9월2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1만30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대상자 중 51.7%는 혐오 표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특히 20대 이하 대상자는 65.8%가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을 포함한 조사 대상자가 혐오 표현을 가장 자주 접하는 경로는 TV 방송프로그램이었지만, 젊은층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인터넷 방송,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해 가장 빈번하게 혐오 표현을 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혐오 대상으로는 여성과 남성, 성 소수자 등 이른바 ‘젠더’와 관련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노인과 장애인,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최근까지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플랫폼 등에서는 성별이나 정치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한남충(‘한국 남자’의 줄임말인 한남과 벌레 충(蟲)의 합성어)’과 ‘김치녀(돈을 밝히거나 몰상식한 행태를 보이는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은어)’ 등 한국 남성과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심지어는 성범죄 피해자를 성매매 여성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한 유튜브 채널은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를 ‘한 정치 세력의 시체 팔이’로 표현하며 막말과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이 같은 혐오 표현을 경험한 이들 중 66.6%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반대 의견을 표하거나 시정을 요구한다’고 답한 이들은 24.1%에 불과했다. 9.3%는 오히려 혐오에 동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조사 대상자의 77%가 성별과 특정 지역,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응답하면서,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계획에 힘이 실렸다. 차별금지법은 합당한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로 2007년, 2010년, 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입법이 시도됐지만 전부 무산된 바 있다.
인권위는 이달 중으로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7일 “카카오, 한국언론법학회 등과 온라인 혐오 표현 대응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