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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홍콩다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잃었다”

“홍콩이 홍콩다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잃었다”

기사승인 2020. 06. 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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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통과에 낙담한 시민들 "홍콩 정체성 사라지고 법안 악용될 것"
법안 통과 후 첫 집회 '7.1 시위' 진행
홍콩 전화 취재
홍콩보안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돼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홍콩의 앞날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아시아투데이는 현재 홍콩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장민기 인턴기자의 현지 취재로, 낙담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의 생생한 모습을 지면에 담아봤다./정재훈 기자
홍콩보안법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홍콩의 하늘은 잔뜩 흐리고 찌푸렸다. 집회가 예상되는 홍콩 도심의 모든 길목은 이미 봉쇄됐다. 아침부터 인적은 드물고 거리는 한산하기까지 했다.

홍콩을 사실상 중국 관할 하에 두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돼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홍콩의 자치권을 주창하는 730만 홍콩 시민들의 자유는 철저히 제한되고 삶은 더욱 암울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투데이는 현재 홍콩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장민기 인턴기자의 현지 취재로, 낙담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의 생생한 모습을 지면에 담아봤다.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은 10년의 징역형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근 심의 과정에서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의 정체성이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법안의 제정으로 ‘일국양제(한 국가 안의 두 체제라는 뜻으로, 중국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모두 인정하는 것)’ ‘공산주의와 차별화된 체제’ ‘아시아 금융 허브’ 등 홍콩만의 상징들이 하나, 둘 없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집회’ 등을 통해 지속적이고 거센 반발을 해왔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무력감에 빠진 모습이다. 아울러 앞으로 정부를 향한 모든 불만 표출이 금지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시민 간 소통 단절 △반발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법안 악용 등을 우려했다.

30일 홍콩의 한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시민 츠이씨(25)는 “이번 사태로 인해 표현·집회의 자유를 잃고, 인권이 유린당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두렵다”며 “현재 정부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반대 세력 억압하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에는 정부에 대항할 의도 없이 그저 한 말도 법에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보안이 유지되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대화하는 등 더 큰 파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인 즈웨이씨(20)는 “발언의 자유 등의 박탈로 홍콩이 홍콩다울 수 있던 모든 요소들을 잃게 될까 걱정된다”며 “이런 요소들로 인해 지난 세월 많은 투자를 유치했던 것인데, 홍콩 자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민들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며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의 인형처럼 놀아나고 있는 이 상황에 정말 실망했고, 개인적으로 홍콩을 떠나고 싶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법안 통과 후 이어진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박탈 등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직장인 A씨는 “홍콩은 자유시장 덕분에 ‘우수한 국제무역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 등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홍콩을 ‘중국의 한 도시’ 정도로만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각에선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홍콩의 고유 문화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인 호이만씨(23)는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인 광둥어를 계속 사용할 것이고, 홍콩이 중국으로 흡수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다만 조슈아웡 등의 인물이 붙잡히면, 정부에 대항하는 대표적 인물들이 사라지게 돼 남은 지지자들의 사기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도 “아직 ‘일국양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며 “홍콩과 중국의 격은 다르고, 우리는 일국양제의 몰락을 인정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홍콩 시민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있었다.

3년째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스웨덴인 텔레씨(20)는 “법이 우려한 만큼 강압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정부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를 믿지 않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홍콩으로 유학와서 공부하고 있는 만큼 이 위기를 그저 방관하고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일 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7.1 시위’가 진행될 것”이라며 “법안이 제정된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시위인 만큼 꼭 참여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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