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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비건 대북특별대표, 남·북·미 새 모멘텀 마련하나?

한국 찾은 비건 대북특별대표, 남·북·미 새 모멘텀 마련하나?

기사승인 2020. 07. 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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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산기지 통해 방한
8일 강경화·조세영·이도훈과 연쇄 회동
대북 메시지 수위·내용 따라
북·미, 남북간 대화 재개 돌파구 판가름
연합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해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꽉 막힌 남·북·미 관계의 극적인 반전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비건 대표가 한국에 도착하는 7일 당일 다시 한 번 북·미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북·미 접촉 가능성은 더 좁아졌다는 관측이다.

대북 접촉을 전담했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도 함께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북·미 대화 재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비건 대표가 한국 당국과 긴밀한 조율 속에 어느 정도 수위의 대북 메시지와 내용을 내놓느냐에 따라 오는 11월 미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관계의 적지 않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들어왔다. 비건 대표는 방한 첫날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8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다.

이어 조세영 1차관과 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하고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워킹그룹 운영 방안과 개선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가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브리핑도 계획 중이어서 좀더 전향적이고 유연한 대북 메시지와 정책 옵션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한·미 동시 압박 대북제재 완화 노려...비건 ‘새 셈법’ 주목

하지만 북한이 발신하고 있는 담화 내용으로 미뤄볼 때 진전된 대북제재 완화 조치 등의 유인책이 없는 한 북·미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북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비건이 도착한 이날 담화을 내고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비판했다.

권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론’을 겨냥해서는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데 만 습관 돼서인지 지금도 남쪽동네에서는 조미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자다가 놀랄) 소리들이 계속 울려나오고있다”고 비꼬았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미 국무부가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율의 추가 강화’를 명시한 뒤 나온 것이어서 대북적대시 정책의 변화 없이는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북한 입장에서는 2018년부터 전개되다 결렬된 비핵화 협상 당시 사용됐던 ‘FFVD’ 개념을 다시 꺼내 든 것을 두고 미국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성욱 “북한, 비건 방한 당일 ‘찬물’...성과 없었다는 의미”

남성욱 고려대 교수(통일외교학부)는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비건이 방한하는 당일에 북·미가 모두 (협상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양측이 사전에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다는 의미로 보인다”면서 “북한도 미국이 (미국 대선 전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상황관리를 위해 방한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역시 ‘새로운 셈법’을 계산하기보다 기존 입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6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강제노동수용소 관련 기관을 포함한 인권 유린 자행 기관과 개인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영국에 지지 입장을 표명한 부분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이에 따라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이 대북 문제 해결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라인 전면 교체에 따른 한·미 조율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워킹그룹 무용론, 한·미 군 당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등 어려운 의제만 남게된 셈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북한이 말하는 새 판이라는 것은 미국이 확실하게 수교를 해 주고 군사적으로 북한을 치지 않겠다는 평화협정”이라며 “그러나 미국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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