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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시장·백선엽장군 ‘조문갈등’...유족측은 ‘대통합’을 원했다

박원순시장·백선엽장군 ‘조문갈등’...유족측은 ‘대통합’을 원했다

기사승인 2020. 07. 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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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군 유족측 "서울·대전 다 대한민국 땅이고 현충원"
박시장측 박홍근위원장 "피해 호소인 비난·압박 없어야"
갈등 부추기는 정치권·진영 대립과 달리 오히려 '성숙함'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
시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송의주 기자
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과 장례 절차, 사후 예우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과 진보·보수 진영 간에 극렬한 갈등 양상으로 대한민국이 둘로 갈라졌다. 이에 반해 백 장군과 박 시장의 유족 측은 오히려 국가와 우리 사회에 공헌한 고인들의 유지(遺旨)를 존중하며 조촐하게 치뤘으면 하는 성숙한 입장을 보여 국민들을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

백 장군의 유족은 12일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논란과 관련해 “대전현충원 안장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장군의 장남인 백남혁(67) 씨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에서 거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이나 ‘현충원 안장도 안 된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백 장군의 유족은 “서울이나 대전이나 다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라면서 “아버지는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분이다. 아버지는 평생 대한민국을 위해 살았다.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기를 언제나 기원했다”며 여야 정치권과 진보·보수 진영이 유족측의 입장과는 달리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오히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의 박홍근 공동집행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영결식은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고 소박하게 치른다는 기조 속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위원장은 “피해를 호소해온 분에게도 고인의 죽음은 큰 충격일 것이고 그분께도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고인을 추모하는 그 어느 누구도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거나 압박해 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를 거듭 호소 드린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가짜뉴스와 추측성 보도도 고인과 유가족은 물론 피해 호소인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자제를 거듭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백 장군과 박 시장에 대한 조문과 장례 절차, 사후 예우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국민적 갈등과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시사평론가인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12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된 박 시장과 백 장군을 놓고) 정치권 등이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데, 사망 이유와 각종 의혹에 대한 정리, (망자에 대한) 공과(功過)는 장례 이후에 평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서울시의 서울특별시장(葬) 결정은 박 시장의 성 범죄 성립 여부가 확실시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 단계에서 논쟁은 사회적 실익이 없다”면서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와 양성 평등 분야에서 굵은 족적을 남겼던 ‘공((功)’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통해 ‘과(過)’ 여부를 평가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마찬가지로 백 장군을 놓고 일제 간도 특벌대에 복무한 친일 전력 단죄 여부, 국가보훈처의 대전현충원 안장 결정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처럼 공과에 대한 평가는 시민 개개인의 몫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 백선엽 장군 빈소 조문하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진 의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 보수 진영은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각각 참석하며 (양 진영이)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백 장군의 역사관이 논쟁거리가 돼야 하는가”라면서 “박 시장의 경우에도 업적이 많더라도 이런 (성추행 의혹 등의) 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거라면 공적 장례 대상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제 사회가 바뀌고 있어서 공적인 판단과 사적인 감정에 대한 기준도 엄격히 바뀌어지고 있다”면서 “명예로운 시민운동가로 박 시장을 남기려면 오히려 조촐하게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뤄 주는 것이 도움을 주는 것이지, 이렇게 치르는 것은 박 시장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며, 국민들도 쉽게 용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날도 유족들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놓고 미래통합당과 다른 당으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립했다. 백 장군은 한국전쟁 영웅이며 한·미 군사 동맹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는 동시에 일제강점기에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이력으로 ‘친일 행적’ 논란을 받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은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온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주구가 돼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라며 현충원 안장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백 장군의 별세와 사후 처리에 대한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의 조문과 장례 절차를 둘러싸고도 정치·사회적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박 시장에 대해 추모와 비판 현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1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이틀만에 5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반면 박 시장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박 시장 전 비서에 대한 ‘신상털기’가 벌어지고 있다. 고인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한 찬반 양론이 극명한 가운데 여권과 지지층의 추모 열기와 성추행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부각하는 야당의 반발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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