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코로나 탓에”...여름휴가 반납한 5대 금융그룹 회장님

“휴식보단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경영계획 구상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산업을 이끌고 있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기는 물론 글로벌 경제까지 요동을 치자 ‘휴식’과 ‘워라밸’보다는 당면한 위기 극복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하나같이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반납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입니다. 이들 회장들은 작년에만 해도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인 7월 말, 8월 초 여름휴가를 내고 가족들과 휴식시간을 갖거나 독서를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사태로 이들의 휴가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 들어간 시중은행 자금만 73조원에 이르고, 지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못하면서 경기위축도 장기화되고 있고, 기업들의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우려도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로금리 시대로 돌입하면서 성장세는 답보상태입니다. 이처럼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반기 실적발표도 예정돼 있어 금융그룹 최고경영자들이 맘 편히 휴가를 떠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시중은행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손병환 농협은행장만 8월 초·중순 휴가를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들 역시 휴가 기간 동안 하반기 경영전략 구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름휴가라는 개념도 사라졌는데, 금융그룹 CEO입장에선 포스트 코로나를 반영한 하반기 경영계획을 구상해야 하는 만큼 여름휴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그룹 최고경영자나 은행장들은 임직원들의 여름휴가는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금융사 임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재충전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허인 국민은행장은 임직원들에게 “경영진부터 막내 직원까지 모두 편하게 휴가를 다녀올 때 건강한 조직이 되고, 고객을 여유롭게 대할 수 있다”며 “모두가 편안하게 휴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5대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들은 휴가도 잊은 채 위기 극복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최고경영자부터 재충전을 해야 코로나사태 장기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