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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코로나19에 산으로 가는 항공사 M&A

[취재뒷담화]코로나19에 산으로 가는 항공사 M&A

기사승인 2020. 0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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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회견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마무리했으나 금호산업 측이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딜 클로징을 연기했다. /정재훈 기자
“더 싸게 사려고 버티는 거죠. 이젠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항공사 인수합병(M&A)도 시계(視界) 제로에 놓여있습니다. M&A가 흔치 않은 항공업계에서 HDC그룹-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스타항공 등 굵직한 거래가 이어졌던 지난해 말과는 상황이 180도 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수를 통해 HDC그룹은 모빌리티 종합그룹으로 탈바꿈하고, 제주항공은 업계 ‘빅3’ 자리를 굳히려는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항공업계 악화로 인수하는 쪽에서 투입해야 하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M&A는 꼬일 대로 꼬였습니다. 항공산업은 고정비 부담 높아 매출이 급감하면 대규모 영업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죠.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전날 오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를 마무리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어 한 달 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도 있다는 내용증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은 금호산업이 HDC현산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183일째 되는 날입니다.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딜 클로징을 미뤘습니다. 금호산업은 선행조건을 모두 이행했다는 입장입니다. 이날은 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행조건을 완수하라며 일방적으로 기한을 준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해소해야 하지만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이스타항공은 “택도 없다”고 말합니다.

인수자 측의 미적지근한 행보에 인수 파기를 위한 ‘시간끌기’냐, 인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벼랑 끝 전략’이냐 등 말이 많습니다. 정부가 추가 지원에 나서야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분석도 우세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인수자 측이 결정을 미루면서 버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가시적인 방안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직원은 M&A를 위해 기꺼이 체불 임금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며 고통분담에 나서기로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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