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①과거와 다른 LG…구광모의 힘

①과거와 다른 LG…구광모의 힘

기사승인 2020. 07. 23.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취임 2년, 실용주의 바탕 사업재편
LCD 편광판 등 비핵심 과감히 정리
로봇전문기업 등 7곳과 M&A '탄력'
전기차 배터리 필두로 전장사업 확대
15010101-2307202000a.ps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0층 고 구본무 회장의 집무실은 구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2018년 5월부터 그해 말까지 비어있었다. 같은 해 7월 2일 구광모 회장은 선친의 집무실이 아닌 바로 옆 절반 크기의 집무실로 출근을 시작했다. 선친의 집무실을 “추모 공간으로 당분간 보전해 달라”고 한 구 회장은 옆 집무실에서 선친이 강조한 ‘LG WAY’를 거듭 숙고하고, 2019년 새해가 밝아서야 선친의 집무실로 출근했다. 6개월이라는 긴 추모기간동안 구 회장은 선친이 강조한 고객가치, 인간존중, 정도경영에 ‘실용주의’와 ‘도전’을 더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셈이다.

40대 젊은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과감한 도전과 혁신으로 변화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 매각 등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접는 사업 구조 개편부터 찢어진 청바지도 허용하는 사내 복장문화까지 구 회장 취임 후 부는 변화의 바람에 임직원들은 물론 재계마저 놀라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 후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사업재편과 기업문화 개선 등 변화의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부터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승부수로 ‘뉴 LG’를 보여줄 차례다. 구 회장이 최근 보여준 발빠른 사업 행보를 감안하면 구 회장의 ‘뉴 LG’는 실용에 속도를 더한 ‘스피드 LG’로 정의된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꾸려놓은 전자·화학·통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자·화학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필두로 한 전장사업 강화는 구 회장의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basic_2020
취임 2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회장이 ‘젊은 총수’라는 이름에 걸맞은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실용주의를 더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선대 회장이 주력했던 화학·전자·통신의 사업구조를 전자·화학으로 단순화 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디스플레이 같은 전장사업에 주력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인수합병보다 내부 경쟁력 강화에 힘쓴 고 구본무 회장과 달리 구 회장은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등 7개 사업을 인수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임직원들에게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지주사인 ㈜LG ‘대표’로 불러달라고 하고, 찢어진 청바지까지 허용하는 완전자율복장을 시행하는 등 기존 관습을 깨며 ‘뉴 LG’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실용에 속도 더한 ‘스피드 LG’…M&A 공격행보

22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취임 후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 등 7개의 사업을 인수했다. 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LG전자의 수처리 사업, LG화학의 LCD 편광판 사업 등 5개 사업은 매각했다.

구 회장의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는 인수합병보다 내부 경쟁력 강화에 힘쓴 고 구본무 회장의 스타일과 확연히 다르다. 사업 효율화, 실용화가 활발하고 발빠르게 이뤄지는 모습에 재계는 구 회장 체제 들어 LG가 이전보다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변화했다고 평가한다.

20분기 연속 적자로 부침을 겪고 있는 스마트폰의 활로 모색을 위한 구 회장의 행보도 발빠르다는 평가다. LG전자가 지난해 4월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데 이어 올해 5월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의 인도네시아 이전을 결정한 것은 실속과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에 놓은 구 회장의 신속한 결단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고 구본무 회장의 특별 지시로 2012년 첫 출시된 LG전자 스마트폰 G시리즈가 지난해 ‘G8’을 끝으로 막을 내린 것 역시 외부의 시선이나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구 회장의 의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 취임 후 경직된 조직문화는 유연하게 변모하고, 인재에 대한 열망은 더 커졌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상무시절부터 인재가 LG를 떠나는 일에 큰 문제의식을 느껴왔다고 전해진다. 또 중국 등의 후발 업체로 인력이 유출돼 영업 비밀까지 침해되는 상황까지 불거지자 조직문화 개혁, 인재영입을 급선무로 꼽았다는 설명이다. 구 회장은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비롯해 최고의 인재가 스스로 찾아 오는 LG에 대한 고민이 크다. 실제 인력 유출 문제가 발생한 LG화학의 경우 김성민 최고인사책임자(CHO) 밑에 ‘조직문화, 리더십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LG 내에서도 수직적 문화가 없고 복장이 더욱 자유로운 마곡사이언스파크가 구 회장이 그리는 LG 조직의 청사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취임한 후 첫 해외 출장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것도 인근 실리콘밸리 인재 확보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 배터리·패널 세계 1등 ‘굳히기’… 반도체·로봇·AI 또 다른 승부수

2년간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사업재편과 기업문화 개선을 단행한 구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본격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고 구본무 회장이 불모지에서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더 확실한 세계 1등으로 굳히는 게 구 회장의 승부수로 읽힌다.

구 회장은 지난해 5조원 수준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을 2024년 3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투자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자동차용 패널의 세계 점유율을 장기적으로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를 넘어선 구 회장의 ‘더 쎈 한 방’은 최종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의 독립 법인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LG는 투자유치,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올해 7월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분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이에 따른 기업 가치평가 하락 등으로 계획은 전면 보류됐다. 다만 분사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고,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많아 LG화학 전지사업부의 분사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이 LG화학 전지사업부의 독립법인화 나아가 상장(IPO)까지 이뤄낸다면, 30여년 전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한 아버지 구본무 회장의 뚝심이 아들 구 회장의 통큰 승부수와 만나 그룹 역사의 큰 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품사업 외 구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는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 회장 취임 후 비주력 사업과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1조3700억원) 등의 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은 향후 구 회장의 투자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현재 15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경우 LG 내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인 만큼 구 회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고 구본무 회장은 IMF 사태 당시 정부의 빅딜정책으로 LG반도체(SK하이닉스)를 현대전자에 넘겼다. 구본무 회장은 2007년 60주년 사사를 편찬하며 반도체 빅딜과 관련해 “인위적 반도체 빅딜은 한계 사업 정리, 핵심 역량 집중이라는 당초 취지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누구보다 선친의 회한을 잘 알고 있는 구 회장이 코로나19가 촉발한 반도체 수요 폭증이라는 호재를 절대 놓칠리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LG디스플레이가 2014년 인수한 디스플레이 구동 칩 설계 업체(팹리스) 실리콘웍스가 구 회장 체제 들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구 회장이 실리콘웍스에 힘을 싣고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형태로 반도체 사업 규모를 크게 키울 것이라고 재계는 예상한다.

이 외에 LG전자가 국내 산업용 로봇업체 중 가장 큰 로보스타 지분 30%를 취득했고, LG디플레이 등이 출자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 캐피탈 ‘LG 테크놀로지 벤처스’가 AI·로봇·자율주행 등 18곳의 글로벌 스타트업에 최근 약 46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