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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G-SK 갈등 중인데…현실성 없는 ‘K-배터리 동맹’

[기자의 눈] LG-SK 갈등 중인데…현실성 없는 ‘K-배터리 동맹’

기사승인 2020. 08.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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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윤주
“자유 경쟁이라는 시장 논리를 역행한 채 ‘K-배터리 동맹’이 가능할까요.”

최근 배터리 업계 관계자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전한 말이다. 얼마 전부터 산업계에 ‘K-배터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K-POP’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한국 대중음악을 뜻하는 것처럼 K-배터리는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배터리 산업을 지칭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이 K-배터리를 이끄는 주역이다.

한국(Korea)을 상징하는 ‘K’를 붙여 산업의 위상을 높인 단어는 배터리 이외에도 K-뷰티, K-바이오 등 다양하다. 그런데 유독 배터리 산업엔 ‘동맹’이나 ‘협력’ 등의 단어가 따라붙는다.

K-배터리 동맹의 태초는 작년 말 정부가 배터리 3사와 완성차업체 고위 관계자를 불러 협력을 요청했다고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삼성, LG, SK그룹의 총수를 만나 배터리 관련 사업에 대해 논의한 뒤 더욱 확산되고 있다.

K-배터리 동맹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내 경쟁을 ‘국가 대항전’으로 인식해 국내 업체 간 협력하자는 것이다. 특히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급성장 중인 일본과 중국에 대응하자는 의미다. 여기엔 완성차와 개별 배터리 업체 간 협력뿐 아니라 배터리 3사 간 협력 또한 포함한다.

다만 K-배터리 동맹이 후자의 의미라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정부가 배터리 동맹을 주도하는 그림이 개별 기업들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더 난감한 쪽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 침해로 제소했다. 이 가운데 배터리 3사 간 동맹이 강조되면 LG화학은 국가적 관점의 배터리 산업 확장을 저해한다는 오해를 받게 된다.

또한 기업들이 민감해하는 보안·기술 유출 등의 문제는 동맹과 협력 과정에서 보장되기 힘들다. 실제로 이를 우려해 지난해에는 배터리 3사와 정부가 손잡고 추진하던 ‘차세대배터리 펀드 결성 및 핵심기술 공동 연구개발(R&D)’이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약 220만대가 판매된 전기차는 2025년이면 1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연평균 성장률은 30%에 육박한다. 이에 덩달아 배터리 시장 성장세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 정부와 배터리 업계는 현실성 없는 포장에 낭비하기보다, 개별 기업 간 투자와 연구개발로 역량을 높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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