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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5주년] 어린이는 공장으로, 여성은 간호사로…일제는 아동·여성을 가리지 않았다

[광복 75주년] 어린이는 공장으로, 여성은 간호사로…일제는 아동·여성을 가리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0. 08.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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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국립중앙도서관, 일제에 강제동원된 아동·여성 관련기록 공개
소년공 모집 기사
국림중앙도서관이 13일 공개한 1941년 5월 2일자 매일신보에 기사. ‘소년공을 부른다 - 산업전사로 충북도에서 모집’이라는 제하의 이 기사에는 일제가 만 14세 이상 20세 이하의 청소년들을 ‘총후의 중견산업전사’라는 명목으로 동원한다는 내용일 실려 있다. 동원된 소년공들은 일본 내 공장에 배치될 계획이었다./김인희 기자
일제의 조선인 강제동원은 많은 자료 발굴과 연구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상대적으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였던 아동과 여성의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광복절을 맞아 각 기관이 소장해오던 일제강점기 기록 중 그동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한 신문기사와 문헌 등을 13일 공개했다.

또한 이들 기관은 그동안 각 기관차원에 머물렀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기록 분석, 데이터베이스(DB)구축 등 관련 사업과 연구를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는 지난해부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관련기록의 분석과 연구를 함께하자는데 뜻을 같이해 온 3개 기관이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방향 모색을 위해 개최하는 공동포럼과 연계한 것으로, 학계는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동·여성 강제동원의 반인권적, 불법적 동원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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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이 13일 공개한 1942년 1월 21일자 매일신보 기사. ‘나오라, 백의의 천사-조선군에서 육군병원 간호부 모집’ 이라는 제하의 이 기사에는 조선 주둔 일본군 군의부에서 조선인 여성을 대상으로 간호부를 모집해 육군병원에 배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전까지는 적십자병원을 중심으로 간호부를 양성하도록 했으나 1943년부터는 군에서 직접 동원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김인희 기자
국가기록원 소장기록으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국내 노역현장에 강제동원한 ‘학도동원(學徒動員)’ 내용이 담긴 학적부, 여성동원을 보여주는 간호부(看護婦) 관련 명부, '유수명부'와 '공탁서', '병적전시명부' 등이다. 그동안 학생과 간호부 동원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실제 인물과 동원내용이 기재된 명부가 공개된 것은 보기 드문 사례이며, 이달 말까지 일반인도 예약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일제는 이미 1938년부터 학교별로 ‘근로보국대’를 결성해 학생들의 근로봉사를 강제했으며, 당초 10일 정도 동원했으나, 전쟁이 심화되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기간을 1년까지 늘려 학생들의 노동력을 강제 이용했는데, 학적부는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학도동원비상조치요강'(1944년 3월 18일)과 '학교별 학도동원기준'(1944년 4월 28일)은 ‘근로는 곧 교육’을 표방하는 조선총독부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년 수시 동원을 강제한 지침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학적부(중학생)’에는 근로보국대 동원내용이 수록돼 있는 학생이 졸업 후 일선 파견부대 군인·군속 명부인 '유수명부(留守名簿)'와 '공탁서(供託書)'에서도 발견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학생들을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인식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다.

간호부 및 여성 동원이 기록된 '유수명부'와 '공탁서', '임시군인군속계' 등도 공개됐다. 이들 명부에는 적간(赤看, 적십자간호부), 구간(救看, 구호간호부), 보간(補看, 보조간호부), 임간(臨看, 임시간호부) 등 등급 등이 자세히 명시된 간호부 외에도 용인(傭人), 타자수, 교환원, 세탁원, 공원 등이 있어 국내·외에 동원된 이들 여성에 대한 성격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총독부 도서관에서 이관된 도서, 신문, 잡지 등 3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아동과 여성, 방공(防空) 동원과 관련된 자료를 엄선했다고 밝혔다.

우선 아동 동원은 ‘소년공(少年工)’, 또는 ‘산업전사(産業戰士)’라는 이름의 노무 동원 관련 문헌과 신문 자료를 공개했다. 중일전쟁 이후 일제는 후방의 산업 노동자들도 전선의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보국(報國)한다는 논리로 산업보국운동을 시행했는데, 조선의 아이들까지 ‘산업전사’라고 부르면서 동원했다. 전시된 신문에는 중학교 학생들을 광산과 공장 등에 동원하고 있는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

여성 동원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간호부 동원에 관한 신문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일제는 여성 간호부들을 ‘백의의 천사’로 선전하면서 여성들을 침략전쟁의 최일선으로 동원했다. 이를 위해 경성과 청진의 병원에 간호부 양성반을 설치하기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제는 간호부로 동원한 여성들에게 일본군 가미가제와 같은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방공 동원과 관련한 문헌으로는 ‘조선방공전람회기록’과 ‘언문 방공 독본’ 등 2종이 전시됐다. 이들 문헌에는 침략전쟁 수행을 위해 방공을 명목으로 조선사회를 전시체제로 개편하려는 일제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일제는 1939년 6월 경성에서 ‘조선방공전람회’를 개최했는데, ‘조선방공전람회기록’에는 전람회 개최 상황이 사진·그림과 함께 잘 정리돼 있다. 이 중에는 청계천 아래 대규모 지하시설을 구축해 방공호로 이용하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언문 방공 독본’은 제목 그대로 한글로 제작된 방공 지침서였다. ‘애국반 가정용’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후방의 가정에서 여성과 아동이 공습에 대비해 알아야 할 여러 준비와 활동을 기재하고 있다. 발행일이 1941년 12월 20일이었는데, 그 시점이 진주만 공습 직후라는 점과 한글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던 때라는 것에서 주목된다.

방공 동원과 관련한 신문자료도 전시됐다. 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을 방공훈련에 동원하고 있는 상황을 비롯해, ‘학교방공’이라는 명목 아래 ‘학생은 전부 방공부대’라고 선동하는 신문 자료들이 전시됐다. 또한 국민학생용 교과서에 방공훈련 관련 내용이 삽입되기도 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지난해부터 관련 기관이 공동 협력을 활발히 진행해 왔고, 이번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공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향후, 각 기관은 강제동원 관련 명부와 기록을 지속적으로 수집·정리·분석·공개하는 등 학계와 함께 강제동원 연구의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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