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미중무역분쟁 위기 속 경영 공백 우려도
뉴 삼성 전략 및 중장기 투자, 고용 등 차질빚을 듯
코로나 국난 속 국가경제에도 악영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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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뒤집고 이재용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결정은 지난 5월 6일 이 부회장의 대국민발표 후 약 넉달 만이자 검찰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지 6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로 삼성은 2017년 2월말 ‘국정농단’ 관련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이 4년간 이어지며 최종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사법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고 글로벌 경쟁자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시장 지형을 바꾸려는 상황에서 검찰의 기소가 삼성의 미래를 흔들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가 ‘더블딥’(경기 반등 후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가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과 경영진들이 경영현장 대신 법정에 불려다니게 되면서 산적한 경영 현안은 물론 ‘뉴 삼성’ 전략에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국격에 맞는 ‘뉴 삼성’을 만들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한 이후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6~7월에만 9차례에 걸쳐 화성·아산·수원사업장 등을 찾아 미래 전략을 점검하고 임직원 의견을 경청해 왔고, 준법경영과 노조문제 등 사회적 신뢰회복에도 힘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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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2018년 경영 복귀 후 3년간 18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및 4만명 채용 계획에 이어 지난해에는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범국가적 미래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다져 왔다. 180조원 투자 계획의 경우 국내 투자에서 당초 목표한 130조원보다 7조원 이상 늘어나 초과달성이 유력시되고, 4만명 채용도 연말까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 경제활성화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향후 반도체나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 발굴 등 대규모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중국·대만·미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위축은 곧 글로벌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높다. 블룸버그나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 역시 “이 부회장 없이는 M&A 또는 전략적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며 사법리스크가 미래 준비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기소가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이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리스크가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높은 기술수준을 갖고 있던 일본은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로 투자를 제때 결정하지 못해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다”며 “일본 기업의 전철을 삼성이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