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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대마산업과 안동

[조향래 칼럼] 대마산업과 안동

기사승인 2020. 09. 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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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진상품 '안동포', 지금도 최고급 한복감
안동, '경북 산업용 헴프(대마)규제 자유특구' 지정
식·의약품 '신한류' 바이오산업 육성 첨병 주목
조향래 논설위원 0611
조향래 논설위원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어제도 오늘도 흥겨이 돌아도/ 사람의 한 생(生)은 시름에 돈다오/ ...’ 김소월의 스승으로 한국 자유시의 지평을 열었던 김억 시인의 ‘물레’는 이렇게 우리 전래 율조인 민요시의 가락으로 시작한다. 물레의 실처럼 얽혀 있는 삶의 인연을 풀어나가려는 옛 여성들의 구슬픈 정한을 담고 있다. 물레에 빗대어 풀리지 않는 삶의 시름과 한(恨)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억의 시 ‘물레’의 정서는 뜻밖에도 1980년대 가요 ‘물레야’로 거듭났다. ‘한밤이 지났느냐 돌아라 물레야, 홀로 타는 등불마저 쓸쓸한 밤을...’. 시에서나 노랫말에서나 물레에는 여인의 정서가 스며 있다. 인생살이가 물레처럼 돌아가고 실마리도 풀리면 좋으려만 시름겹기만 하다. 그래서 체념조의 넋두리를 늘어놓거나 흥조의 가락으로 위안을 얻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 오랜 내우외환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민중의 생명력과 한의 미학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베틀노래의 계승이기도 하다. 물레질과 베틀질은 삼(麻)삼기와 더불어 길쌈으로 통칭한다. 길쌈은 부녀자들이 베·모시·명주·무명의 직물을 짜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길쌈은 삼한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 만큼 오랜 유래를 지닌다. 하지만 길쌈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진상품 ‘안동포’, 지금도 최고급 한복감

옛 여인네들은 길쌈이라는 지루하고도 힘겨운 과정을 서정적·서사적 노래로 승화시키며 삶의 고통과 설움을 이겨내려 했다. 길쌈 가운데 삼(대마·Hemp)을 삼는 작업은 매우 고되고 지루한 일이어서 협력을 해야 했는데, 때로는 편을 갈라서 내기를 걸기도 했다. 이를 두레삼이라고 하는데, 삼국사기에도 기록이 보인다. 삼베는 대마 껍질의 안쪽에 있는 인피섬유에서 뽑은 실로 짠 직물이다.

삼베는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배출하며 자외선 차단능력을 갖추고 있다. 곰팡이균을 억제하는 항균성과 항독성이 있어 우리 민족이 애용하던 재료 중의 하나였다. 사질양토의 충적평야가 발달한 안동은 대마 재배의 최적지이다. ‘삼밭에 쑥대’라는 말이 있듯이 곧고 높게 자라는 대마는 줄기가 부드러워서 강하지 않는 바람과 고온건조한 기후가 필요하다. 외유내강의 습성이다.

예로부터 재질이 부드럽고 탄력성이 높은 안동포가 생산된 물리적 배경이다. 여기에 안동지역 여인네들의 섬세한 손길을 더하며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꼽혔다. 지금도 여름철 최고급 한복감으로 손꼽힌다. 특히 수의감으로는 더없는 상품으로 친다. 봉정사 들어가는 길목인 안동 북후면 저전리나 임하면 금소리는 안동포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금소리에 있는 안동포 전시관은 수백번의 손길로 탄생한 ‘안동포 천년의 혼’을 담고 있음을 자부한다.

안동, ‘경북 산업용 헴프(대마)규제 자유특구’ 지정

안동 풍산읍에 있는 경북 바이오산업 연구원(원장 이택관)은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식·의약품 중심의 바이오산업 육성으로 경북의 창조경제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마는 염증성 질환과 치매 등에 치료 효과를 지닌 유효 물질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활용한 식품과 의약품·화장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고,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합법화한 나라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마의 환각과 중독 성분 때문에 법적으로 산업화의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다. 이 가운데 최근 경북 안동이 ‘경북 산업용 헴프(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이 되고, 그 연구와 실증 기능을 경북 바이오산업 연구원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국제 의료용 대마시장 진출을 위한 돛을 단 셈이다. 안동포를 만들어낸 천년의 노하우가 대마산업의 다양한 한류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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